[강효백의 新경세유표-5] ‘미투’ 실효 거두려면 솜방망이 형벌을 ‘쇠방망이’로 바꿔야

깅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입력 : 2019-01-02 06:00
‘대한민국은 성범죄 공화국’ 강제추행도 벌금형
‘미투’가 실효를 거두려면 ‘또는’을 없애야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

“2000년 12월 서울의 추운 어느 날,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노숙자 장발정은 늦은 밤 이웃집에 침입한다. 라면 하나를 훔치다가 체포돼 10년형의 선고를 받는다. 만기 출소한 장발정은 개과천선해 열심히 노력한 끝에 2014년 4월 지방선거에서 한 소도시의 시장으로 당선된다. 후일 방탕에 빠진 그는 7세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다. 장발정 시장은 고위검사를 지내 전관예우를 받는 한 유력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이렇게 해서 사건은 그가 재판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2018년 12월말 현재 장발정은 차기 국회의원을 꿈꾸는 한국의 신흥재벌 중의 하나다.”

이는 필자가 영화 ‘도가니’와 ‘레미제라블’을 보고 난 충격을 우리나라 법 현실에 빗대어 합성해 본 패러디다. 그러나 아래 열거한 두 가지 죄와 벌을 서로 비교해 보면 21세기 대한민국 법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는 패러디 아닌 패러디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 야간주거침입절도죄 형벌: 10년 이하의 징역 (형법 제330조)(1)*
∙ 아동 추행죄 형벌: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만∼5천만 원 벌금(성폭력 특례법 제7-2조 3항)(2)*

대한민국은 '성범죄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가볍다. 국민들은 악질 성범죄자에 대해 실형은커녕 몇백만원의 벌금을 구형하고 선고하는 검·판사를 비난하며 울분을 토한다. 그러나 검·판사보다 낡고 썩은 법을 개선하지 않고 있는, 악법을 호법(好法)으로 고치고 세상을 고르고 밝게 만드는 좋은 법을 만드는 게 존재 이유인 입법부 국회의원들이 문제의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갈 것까지 없다. 같은 동북아 문화권이자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성범죄 형벌조항을 비교해보자.

◆인면수심의 강제추행범에게 5만원(3)*~1500만원 벌금이 웬 말이냐.

첫째, 강제추행죄, 1995년에 개정, 실시 중인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일본의 강제추행죄 형벌은 6개월 이상 10년 이하 징역(일본 형법 제176조 상단)이고, 중국의 그것은 5년 이상 징역이다(중국형법 제237조 1∼2항). 이처럼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 두 나라 모두 벌금형 대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다가 한국에 비해 훨씬 중한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추악한 죄를 지은 강제추행범에게 강남 아파트 한 평 값만도 못한 액수의 벌금을 물면 그만일 수 있다. 태산처럼 무거운 죄를 지은 강제추행범에게 깃털처럼 가벼운 벌금이 얼마큼의 예방과 응징, 범죄에 대한 규범 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겠는가.

◆인간이길 포기한 아동 추행범에게 벌금 3000만원이라니.

둘째, 아동 추행죄, 2018년 12월 18일 일부 개정 시행중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 약칭: 성폭력처벌법) 제7조 2의 3항에 이르면 숨이 턱 막힌다.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일반 성인에 대한 강제추행죄도 추악하기 짝이 없는 범죄인데, 악마가 아닌 다음에야 인간으로서는 더이상 악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인 아동추행죄를 ‘~또는 3000~5000만 원 벌금’ 에 처한다고 규정하다니.

아동추행범에 대한 처벌 역시 일본과 중국 두 나라 모두 벌금형 대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의 아동 추행죄 형벌은 일반 강제성추행과 같은 6개월∼10년 징역이지만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일본형법 제176조 후단). 중국의 아동 추행범은 사형, 무기, 10년 이상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지만(중국형법 제237조 3항), 실제 법 집행과 적용에서는 악질 아동추행범 대다수를 사형으로 엄단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조선시대 형률에 의하면 10세 이하의 여자아이를 범했을 때는 화간이나 강간을 불문하고 무조건 목을 베는 참수형으로 다스렸다.

강제추행죄(5만원~1500만원 벌금형 대체 가능)나 아동 추행죄(3000~5000만원 벌금형 대체 가능)보다 야간절도 주거침입죄(10년 이하의 징역, 벌금형 대체 불가)가 더 중대한 범죄로 처벌되는 한국의 현행 실정법의 철학적 기저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성적 결정권보다 자본가들의 사유재산 보호가 훨씬 중요했던 19세기 천민자본주의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한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살인죄만큼 무거운 중죄 강간죄이 형벌이 강도죄와 같다니.

셋째, 강간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형법 제297조). 우리나라 형법은 강간범에 이르러서야 ‘또는 얼마 이상 얼마 이하 벌금’의 벌금형 대체 조항이 사라진다.

그런데 여기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타인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취득한 강도범(징역 3년 이상 형법 제333조)과 사람(주로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강제로 박탈한 강간범의 형벌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흉악범죄에서도 천인공노할 악질의 반인륜적 행위인 강간범의 형량을 어찌 타인의 물건을 강취한 강도죄와 동일한 죄형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이 역시 여성 또는 사회적 약자의 성을 물건으로 취급하던 19세기 천민자본주의의 잔재로 파악된다.

일본은 강간죄를 단순강간죄와 집단강간죄를 구분하여 전자는 3년, 후자는 4년으로 처벌하고 있다. 중국도 강간범을 죄질이 경할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중할 경우 사형, 무기징역,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구분해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법 현실에서는 주로 무기 또는 사형으로 강간죄를 다스리고 있다. 특히 섬마을 여교사 윤간 사건처럼 집단강간범이나 조두순 같은 아동강간범은 100% 사형선고하고 확정판결 후 45일 이전에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형법 제20조 제3항은 강간 방위행위가 가해자에게 사상의 결과를 발생시켜도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즉 자신을 강간하려고 드는 가해자를 죽여도 괜찮은 무한정당방위를 보장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강간(미수)범은 피해자에게 죽든지 형장에서 사형당하든지 둘 중 하나의 운명을 각오하게 된다. 이러한 신 형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그 많던 대륙의 강간범은 급감했다.

비단 일본과 중국뿐만 아니다. 특히 아동성폭행과 강간죄는 전 세계적으로 성범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중죄로서 거의 모든 국가권력에 의한 엄벌대상이다. 독일·체코·핀란드·노르웨이·덴마크와 미국의 텍사스주는 강간범에 중형과 함께 외과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미투’가 실효를 거두려면 ‘또는’을 없애라.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해 내내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바람은 ‘미투운동(Me Too movement )’이다. 알다시피 미투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2017년 10월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으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월 초 모 현직 여검사가 한 TV 방송에 출연해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유력정치인, 연극연출가, 시인, 극작가, 배우, 교수 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SNS와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고발 움직임이 들불처럼 일어났으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필자의 머리 속의 매우 큰 의문부호가 좀체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할 그 수많은 언론매체 리더와 논객들, 그 누구도 악질 성범죄 근절의 지름길인 솜방망이 형벌규정의 개정은 입도 벙긋하지 않고 미투 데뷔, 폭로와 성토, 대책없이 공허한 성의식 개혁만 읊어대고 있을까? 그들의 진정성이 의심되기까지 한다.

미투 운동이 실효를 거두려면 폭로나 성토에만 그칠 게 아니다. 천인공노할 아동 추행범에도 '~또는 몇만원 벌금' 식의 돈으로 때우는 게 가능한, 세계 입법례에서도 찾기 힘든 현행 솜방망이 형벌규정을 '쇠방망이'로 바꿔야만 한다.

비판 없는 발전은 없다. 그러나 대안 없는 비판은 맹종보다 해롭다. 천학비재한 필자 개인적 대안은 두 가지다. 징역형을 대폭 강화하는 대신 벌금형을 폐지하는 안과 '~또는'을 '~과'로 바꾸는 안이다. 추악한 성범죄를 그까짓 돈 몇 푼으로 때우면 그만이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못하도록, 벌금형 대체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대신 징역형을 강화할 것을 건의한다. 강간이나 강제추행범, 청소년 아동 성추행범들이 '~또는'이라는 단서조항을 근거로 몇 만원에서 몇 천만원의 벌금을 내고 그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없어져야 한다. 반드시 감옥 속에 가두어 자유를 빼앗는 응징이 필요하다. 자신이 저지른 중범죄에 대한 대가가 이렇게나 큰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끝으로 악법 하면 으레 국가보안법을 떠올리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이른바 ‘극소수 종북세력(?)’ 외에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돈 몇 푼만 벌금으로 물면 얼마든지 성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법조문이 널리 알려질까 두렵기조차 한 악질 성범죄 처벌법들이 바로 악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회의원의 제1 존재이유는 악법을 ‘호법’으로 개정하고 세상을 고르고 밝게 하는 호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의 염불’보다 ‘이권의 잿밥’에만 탐닉하라고, 국민의 혈세로 세계 최고 수준의 특권과 세비를 주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 국민이 입법권을 한시적으로 위임한 국회의원들이여 더이상 직무를 유기하지 말라!

국회의원들은 강제추행범과 청소년 아동 추행범 등 악질 성범죄 형벌조항에서 벌금형을 아예 폐지하든지 세계 보편적 국가 수준의 징역형과 고액의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개정하든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싼 몸값에 걸맞은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길 촉구한다.

◆◇◆◇◆◇주석

(1) 형법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 야간에 사람의 주거, 간수하는 저택, 건조물이나 선박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2조 ③항 :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형법 제45조(벌금) 벌금은 5만원 이상으로 한다. 다만, 감경하는 경우에는 5만원 미만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강제추행범에게 5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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