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윙키즈' 도경수, 열마디 말보다 하나의 몸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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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12-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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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키즈'에서 로기수 역을 맡은 배우 도경수[사진=NEW 제공]

도경수(25)는 효율적인 배우다. 타고난 눈빛, 몸짓으로 상대의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부당한 일을 겪는 알바생 태영(영화 ‘카트’)을 비롯해 다리가 불편한 수옥(김소현 분)을 짝사랑하는 소년 범실(영화 ‘순정’), 사고로 시력을 잃은 유도 선수 두영(영화 ‘형’)과 사채 빚을 갚으려 마약을 맡아주는 일까지 하게 된 태정(영화 ‘7호실’)까지. 그는 과장된 몸짓이나 많은 말 대신 작은 몸짓과 시선으로 캐릭터의 가장 연약한 면면을 드러낸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 역시 마찬가지. 1951년 경남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탭댄스단 ‘스윙키즈’의 탄생기를 담은 영화 속 도경수는 수용소 내 트러블 메이커라 불리는 로기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로기수는 전선에서 영웅으로 활약하는 형덕에 포로들 사이에서 추앙받는 존재. 그러나 미제 춤인 탭댄스에 매료돼 이념과 열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가 처한 비극적 상황이나 복잡한 심리 상태는 여러 말보다 한 번의 춤사위로 더 묵직하게 관객에게 와 닿는다. 도경수의 지난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와도 멀지 않은 로기수는 애쓰지 않아도 그 인물 자체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도경수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스윙키즈'에서 로기수 역을 맡은 배우 도경수[사진=NEW 제공]


영화를 보기 전부터 로기수의 설정들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럼에도 ‘스윙키즈’와 로기수를 선택한 이유는?
-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이상과 현실이 다른데 그 어려운 상황 안에서도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상황을 타파하는 모습이 좋았다. 또 제게도 장난스러운 면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적었던 거 같다. 골목대장 같은 걸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런 모습을) 극대화해 많이 표출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춤을 춰본 사람이라 탭댄스에 접근하는 게 용이했을 거 같은데
- 춤을 춰봤으니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안 되더라. 춤을 배운 적 없는 배우들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몸치처럼 보였다. 하하하. 그런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게 어려웠다. 연습 또 연습만 했다. 영화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습관으로 남은 건 딴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탭댄스를 춘다는 거다. 아직까지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5개월 간 연습했는데 엑소 콘서트 준비를 하다가도 잠깐 짬이 나면 탭 슈즈를 신고 춤을 추곤 했다.

외형적인 변신도 눈에 띄었다
- 변신에 대한 고민이나 힘든 점은 없었다. 캐릭터상 머리를 짧게 자리는 게 당연히 필요하다고 여겼으니까. 체중 감량은 탭댄스를 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졌다.

그룹 엑소 활동을 병행하면서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 그랬다. 제가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에 관해 우려하는 분도 많았다. 그래도 용기라기보다는 짧아서 편한 것도 많았다. 준비할 것도 적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서.

북한 사투리는 어땠나?
- 북한 사투리를 들어 볼 기회도 없고 익숙지 않으니까.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울까 고민했다. 북한 사투리 선생님이 따로 계시는데 계속 레슨을 받았다. 그 분은 한국으로 오신지 오래라 말투가 약간 변했지만 그래도 특유의 억양은 그대로셔서 그런 부분을 많이 참고하고 염두했다.

영화 '스윙키즈'에서 로기수 역을 맡은 배우 도경수[사진=NEW 제공]


강형철 감독이 말하는 로기수는 어땠나?
- 사실 로기수 역이 크게 와닿거나 공감이 되진 않았다. 제가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자료를 많이 준비하고 또 설명해주셨다. 그 중 로기수의 모티브가 된 사진 한 장을 보았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많이 남더라. 종군기자가 찍은 사진이었는데 포로인지 아닌지 모르는 이가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또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가 펑퍼짐한 교복을 입고 껄렁하게 서있는데 번뜩 로기수의 이미지가 떠오르더라.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그 모습을 토대로 로기수를 만들어나갔다.

로기수는 감정적으로도 어려운 캐릭터였을 텐데. 초반 밝고 유머러스한 모습들이 말미에 가서는 내내 비극적이고 예민하게 그려져야 하지 않았나
- 일단 팀에 대한 감정이 제게 많은 도움을 줬다. 촬영 전부터 촬영 내내 스윙키즈 팀과 붙어 있어서 그들이 겪는 비극적 상황에 큰 공감이 갔고 감정도 많이 끌어 올랐다. 다만 조금 어려웠던 건 형인 로기진(김동건 분)에 대한 감정이었다. 그 친구와 만나는 신도 적고 실제로는 저보다 5살이나 어린 배우라 비극적 상황에 공감이 어렵다고 할까? 다행히도 제게 친형이 있어서 형에 대한 감정을 이입하려고 했다. 형과 장난치던 모습들을 많이 떠올리기도 했다.

‘카트’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스윙키즈’의 주인공까지 되었다. 과거의 도경수보다 성장한 점이 있다면?
- ‘카트’를 찍을 때만 해도 선배님들과 함께 있으면 저도 모르게 긴장을 했다. 눈도 못 맞치고 식은땀도 흘리고 대사를 까먹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현장이 편해졌고 선배님이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어떤 눈빛을 가졌는지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긴장도 덜하고 조금씩 노련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스크린부터 브라운관까지 안착했다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 연기나 인기를 자평해본다면?
- 예전과 달라진 건 팬들과 만날 때다. 예전에는 사인 요청을 받으면 (상대가) 10대 혹은 20대가 많았는데 드라마를 찍고 나서는 어머님들의 사인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이름을 쓸 때 ‘누구 누구 어머니라고 써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고 있고. 아직 일상 속에서 인지할만한 큰 변화는 없어서.

이번에도 로맨스가 스쳐 지나갔다. ‘순정’ ‘긍정이 체질’에 이어서 ‘스윙키즈’까지. 짧다면 짧은 로맨스였는데
- 저는 그런 것들이 좋다. 특히 ‘스윙키즈’ 속 기수와 판래의 로맨스는 짙게 그려졌다면 다섯 멤버의 열정이 흐트러졌을 거라 생각한다. 짧게 귀엽게 포인트 요소로 들어가는 게 좋아 보인다.

영화 '스윙키즈'에서 로기수 역을 맡은 배우 도경수[사진=NEW 제공]


로기수는 많은 인물과 서사가 얽혀있다. 영화를 보며 가장 마음이 쓰였던 인물과 서사는?
- 기수와 잭슨이다. 잭슨은 스윙키즈의 리더고 팀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잭슨에게 맘이 많이 쓰이더라.

지난 필모그래피를 돌이켜 보니 비극적 작품 혹은 아픈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왔다. 작품 선택에 있어 이러한 취향이 반영되는 건가?
- 잘 모르겠다. 마음에 상처가 있고 비극적인 인물을 선호해 선택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고 관객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캐릭터들이 자연스레 함께하게 되는 거 같다.

이전보다 작품의 버젯(budget, 예산)이 커지고 있다. 부담감도 있을 텐데
- 부담보다는 새로운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고 도전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재밌고 설레고 그런 감정이 더 큰 거다. 물론 부담도 있으나 하나 하나 경험하고 성장하려고 한다.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스윙키즈’가 앞으로의 도경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
- ‘스윙키즈’ 로기수와 다른 캐릭터를 찾고 있다.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저도 기대가 된다. 어떤 작품, 캐릭터가 될지 모르겠다.

관객들에게 ‘스윙키즈’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 선물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 공감도 많이 하고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상에 지친 분들,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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