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정후 헬로네이처 대표 “무리한 목표·마케팅은 毒, 상품 본질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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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12-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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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유기농 상품 통한 농민-도시민 연결, 신뢰도·상품력 중시"

  • 제대로 된 한끼·배송 트렌드…독특한 제품명 흥미 이끌어

오정후 헬로네이처 대표 [사진= BGF그룹 제공]


“저희는 업계 1위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 맞습니다. 다만 상품의 본질에 집중할 것입니다. 무리하게 마케팅을 펼칠 생각은 없습니다.”

27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헬로네이처 본사에서 만난 오정후 대표는 자사의 미래 전략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자유분방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고집이 있어 보이는 오 대표는 확신에 찬 어조로 묵묵히 걸어갈 것을 강조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인 신선식품‧새벽배송 시장의 대응책으로는 갸우뚱할 만한 전략이다.

불이 붙은 새벽배송 시장은 기존의 스타트업 기업들부터 각종 유통‧식품 대기업까지 모두 뛰어드는 전장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형태로 트렌드가 재편되면서 신선식품의 장점을 살린 새벽배송이 떠올랐다. 동시에 이전의 유통업계가 중시하던 가성비와 대량구매는 갈 곳을 잃었다.

최근 사람들은 하나를 먹어도 제대로 먹기를 원했고, 상품의 쇼핑도 손가락 하나로 해결되는 편리함을 지향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상품의 구입 후 배송도 수 시간 내 처리가 돼야 만족감을 표시한다.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완성시키는 게 오 대표의 목표다.

오 대표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보도자료를 남발하고 홍보전에 열을 올릴 생각은 없다고 경영철학을 전했다. 그는 이럴수록 소비자들의 만족에 기본이 되는 상품력에 더욱 초점을 맞추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헬로네이처…우여곡절 오 대표와의 만남

오 대표의 이력은 퍽 재미있다. 10분 정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 오 대표는 젊을 때부터 다양한 기업을 두루 거쳤다. BGF그룹은 그의 4번째 직장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CFO(최고재무관리자)를 맡으며 회사의 법정관리까지 책임졌다. 수없이 반복되는 주주총회에서 그는 주주들의 비난을 몸으로 받아냈다. 수난을 반복하다 우연히 떠난 파타고니아에서 그는 이직을 결심했다. 고생을 반복하면서 오 대표는 앞으로 옮기는 회사의 선택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정했다고 털어놨다. 하나는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다. 또 다른 조건은 차입금이 없고 재무건전성이 높은 회사다. 오 대표의 기준에 따라 그는 그렇게 BGF그룹과 만나게 됐다.

오 대표가 처음부터 헬로네이처의 대표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그가 BGF그룹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BGF리테일 전략기획실장(상무) 및 골프장 사우스스프링스 CEO(최고경영자)를 겸직했다. 그러다가 BGF그룹이 2018년 6월 헬로네이처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가 대표 자리에 앉았다. 상품력에 비해 영업이익이 우수하지 않던 계열사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그가 시장을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본궤도로 올리는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헬로네이처는 매우 성실하고 우직한 회사다. 시작도 빨랐다. 현재 새벽배송 시장을 주름잡는 회사들보다 2~3년은 더 빠른 2012년이 헬로네이처의 탄생 해다.

오 대표는 “헬로네이처는 2012년 네이버팜스토어와 같은 블로그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농민들이 직접 자신의 얼굴을 걸고 상품을 소개하는 신뢰도 높은 모델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식당을 방문했을 때 식당주인이 자신있게 자기의 이름과 얼굴을 걸어놓는다면 그 식당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제품의 신뢰도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헬로네이처의 발달 과정도 차근차근 설명했다. 헬로네이처의 모태는 일명 생협이라고 부르는 생활협동조합이다. 보통 생협은 산지의 유통과정을 축소해 조합원들에게 질 좋은 유기농 상품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이 구조를 조금만 응용하면 도시인에게 맞는 형태의 농작물을 연결할 수 있다. 농민과 도시민의 연결이 헬로네이처의 뿌리다.

오 대표는 이후 헬로네이처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2014년 물류센터를 갖추면서 헬로네이처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다만 성장이 좀 더딘 측면이 있는데 그 이유는 강점인 상품력을 중시하다보니 마케팅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다"라고 해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헬로네이처는 크게 3부분으로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바로 상품, 물류, 마케팅이다. 이 중 상품과 물류는 뛰어나지만 무리하게 마케팅을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마케팅을 강조하기 위해 모델을 쓰고 홍보자료를 남발하면 오히려 농민생산자를 앞세우는 상품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음을 우려해서다.

◆“식사는 때우는 것 아닌 즐기는 것”

상품력의 본질을 강조한 오 대표는 그 철학이 식사에서부터 다름을 지적했다. 헬로네이처에서 강조점을 두는 것은 신선함과 신뢰도를 바탕에 둔 상품력이지 간편히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은 아니었다.

오 대표는 “한끼를 때우는 사람이 있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며 “저희의 고객은 식사를 때우는 사람이 아니라 즐기는 사람”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즐기는 사람은 다양한 맛과 신선함을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된다”며 “궁극적인 헬로네이처의 고객은 음식에 강한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라고 첨언했다.

오 대표는 이들에게 다양함을 주기위해 상품의 구성도 그러한 철학에 맞춰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가 직접 소개한 독특한 상품들은 그 증거다.

헬로네이처의 ‘더 신선’이라는 메뉴를 살펴보면 언뜻 익숙하면서도 독특함을 가진 상품이 즐비하다. 오 대표는 상품 하나하나 직접 설명하며 애정을 보였다. 거봉보다 큰 샤인머스켓, 길고 통통한 다리를 가진 박달대게, 50년 감재배 명인이 키운 부유단감 등 그 이면의 스토리를 들어봐도 흥미를 끌었다. 특히 ‘홀라당 밤’과 같이 이름에서도 재미의 요소를 추가한 상품이 많았다.

오 대표는 신선함과 재미를 동시에 강조하며 자연 그대로를 느끼게 해주는 점이 헬로네이처의 상품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선함 외에도 1인 가구 증가에 맞춘 트렌디함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주부들이 추구하는 것은 신선함도 있지만 간편함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며 “평소 먹기 어려운 진미 등을 소포장 해 편리함의 가치도 함께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헬로네이처는 캐비어와 푸아그라, 트러플(송로버섯) 등 3대 진미전을 열었다. 이미 신선함을 보증하는 물류의 자신감이 있기에 이와 같은 고급 제품의 빠른 배송도 추진하는 것.

오 대표는 “헬로네이처는 생산자와 밀착돼 가장 합리적이고 신선한 형태의 유통구조를 구축한 기업이다”고 긍지를 보였다.

◆너무나 다른 BGF와 헬로네이처, 시너지는?

기업이 새로운 포지션을 잡고 나면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헬로네이처도 그렇다. 과거 SK그룹의 일원으로 존재하다 올해 6월 BGF그룹으로 둥지를 옮겼다. BGF그룹이 유통전문기업인 만큼 BGF리테일과 헬로네이처의 시너지 기대도 크다. 이에 관해 오 대표는 양사의 특징이 너무나 달라 잘 결합하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품 자체에서는 우선 시너지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며 “헬로네이처는 신선함과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반면, BGF리테일의 편의점군 상품은 대중성의 확보가 중요해 서로의 특징이 다른 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을 각자 맡고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넓이 부분에서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헬로네이처가 BGF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상품의 소싱부분에서 다른 회사들보다 범위가 넓어지고 유연성이 좋아졌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상품을 소싱할 때 그 특징을 고려해 CU편의점과 헬로네이처 양사의 유통 가능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는 것. 또 공동구매 등을 통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양사의 가장 큰 시너지는 물류였다. 오 대표는 “헬로네이처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몇몇 영역에서 인프라가 미흡한 부분도 존재한다”며 “그런 약점을 대한민국 유통강자인 BGF그룹이 채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의 시스템과 인력의 다양성 부분에서 부족했던 헬로네이처의 약점을 BGF그룹이 뒤에서 떠받쳐주는 모양새다.

오 대표는 헬로네이처의 성장과 도약은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우선 온라인상으로 흑자전환을 이룬 다음에는 오프라인도 넘본다는 계산이다. 자신감은 단순한 새벽배송의 표방이 아닌 새벽배송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물류시스템에서 나왔다. 최근 새벽배송 시장이 가열되면서 일부 유통업체는 새벽시간에 배송을 하는 서비스를 론칭했지만 이는 배송만 새벽에 할 뿐 물류시스템이 새벽으로 잡힌 것은 아니라고 오 대표는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헬로네이처의 물류 시스템은 주문이 마감되는 새벽부터 활동하도록 시스템이 잡혀있다. 또한 100% 직매입을 통해 상품의 선도와 유통 시간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오 대표는 덧붙였다.

업계의 선두권 도약이라거나 목표 매출액 달성에 관한 질문에 오 대표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무리한 수치달성 목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

오 대표는 “저희는 뚜벅뚜벅 걸어가며 회사를 정상에 올려놓을 계획이다”며 “몇년 내 몇억 달성 혹은 1위 탈환과 같은 구호는 지향하지 않는다. 본질에 집중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면 그런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고 답했다.

◆오정후 헬로네이처 대표이사 약력= △ 1970년 출생 △1989년 영등포고 졸업 △1994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2000년 액센츄어 컨설턴트 △2007년 세계경영연구원 상무 △2010년 대한전선 CFO △2016년 BGF 전략기획실장 상무 △2016년 사우스스프링스 대표이사 △2018년 헬로네이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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