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시민단체까지 번진 ‘삼바 분식회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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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8-11-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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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선위 "고의 분식"... 삼바는 행정소성 맞대응

  • "증선위 결정 문제"... 국내상장 유도해놓고 이제와서 누가 기업하고 싶겠나

  • "삼바 책임 물어야"... 기업, IFRS 재량권 남용 가능성 재발방지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의결과 처분 논란’이 재계와 금융권을 넘어 학계와 시민사회로 번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의 분식회계 의결과 처분에 대한 토론회가 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 합법성과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학계와 시민사회까지 나선 것이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증선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난 27일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는 양쪽으로 갈라져 치열한 논리 싸움을 하고 있다. 사안이 그만큼 중대한 데다 그 결과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내상장 유도...'이제 와서 문제'라는 식은 기업 안정성 무너뜨려”
지난 27일 사회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증선위 삼성바이오 판단 적절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부분 증선위의 결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의 행태와 법적 안정성, 삼성바이오의 가치 등을 언급하며 증선위의 결정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조 교수는 논란의 쟁점인 주가 상승을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견해에 대해 “증선위의 말대로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을 뻥튀기 하고 그 이익에 기대어 상장했다고 가정한다면 삼성바이오의 주가는 곤두박질쳐야 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며 오히려 주식이 올라갔고 이는 삼성바이오가 적자였지만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춘’이 올해 처음으로 선정한 ‘글로벌 500대 유망기업’을 사례로 들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네이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만이 포함됐다. 당시 포춘은 삼성바이오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조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매출을 부풀리고 비용을 줄여 가공의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융자라도 받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분식회계를 주장하려면 이에 따른 부당이득을 특정해야 하지만 분식에 따른 이익을 누가 가져갔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득을 챙겼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합병 과정에서 이득을 챙겼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일관된 견해”라며 “하지만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2015년) 이전에 삼성바이오가 상장(2016년)돼야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와 최 교수는 이 사태의 원인을 정부로 꼽았다. 당시 삼성바이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이를 막았다고 보고 있다.

조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똑같은 조건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미국에서도 그대로 벌어졌을까”라고 했다.

최 교수도 “본래 삼성바이오는 적자 상태라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했고 회사와 주주 모두 그것을 원했다”며 “그런데 정부가 허겁지겁 규정을 고쳐 국내 상장을 유도하고 이제 와서 괴롭히면 국내에서 기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모호성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지 일부 기업을 타깃으로 당국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짚었다.

그는 “모호성으로 인해 미국, 일본 등도 도입하려다가 아직 지켜보고 있는 IFRS를 정부는 2011년 전격 적용하기로 했다”며 “IFRS는 원칙중심 회계기준 아래서 회계 처리는 재무제표 작성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 원칙만을 정하고 있는 규정에 대해 학자들의 자문을 구해 IFRS에 맞게 처리한 것이 어떻게 범죄가 되는가”라며 “각 규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경우 감독자는 수범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 사태 재발 방지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지난 28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라는 토론회에서는 이와는 반대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면서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 제도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과 경영자가 자신의 유인에 의해 IFRS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지배력의 범위를 조정하거나 수준을 이용한 공정가치 평가의 남용은 시급히 해결할 과제”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삼성바이오 사태를 통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규제당국은 가이드라인과 사례가 회계원칙의 방향을 제시하는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기하고 원칙 내와 원칙 외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적용 혼란을 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회계학회가 2018년 학회의 당면과제로 원칙중심의 회계처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발표를 감리, 감사인, 기업과 법률 측면에서 여러 차례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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