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모호···비효율성 삼바에 떠넘기는 격"

김지윤 기자입력 : 2018-11-30 06:00
전문가들이 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증선위 결정 '극과 극' "감리 당국, 원칙중심 회계제도 이해못해" "삼성, 재량권 남용···고의적 회계 부정"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적인 분식회계'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제회계기준(IFRS)의 모호함 때문에 벌어진 논란이라는 주장과 삼성이 경영 승계를 위해 경영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설립 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로 회계처리해오다 2015년 말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증선위는 이 회계처리를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정했다. 증선위는 에피스를 2012년 설립부터 관계사로 평가했어야 하며, 2015년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4조5000억원을 계상한 게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봤다. 

반면 삼성은 당시 삼일·삼정·안진 등 3개 회계법인에 자문했고, 금융당국의 의견까지 수용했다며, 지난 27일 이 같은 결과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리는 등 논란이 거세다. 

◆ "모호한 회계기준···IFRS는 풀다 만 숙제"
27일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원칙중심 기준인 IFRS의 특징을 감리당국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2011년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했다. K-IFRS는 이전에 기업들이 사용하던 기업회계기준(K-GAAP)이 '규정중심'이던 것에 비해 '원칙중심'으로 이뤄져있어 회계처리를 위한 상세한 규칙·규정 대신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원칙과 근거만을 제시한다.

권 교수는 "불분명한 기준으로 소송증가 우려 등이 있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도 IFRS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있다"며 "현 상황을 보면 정부가 내용이 불명확한 IFRS를 시행하면서도, 그 불확실성으로 인한 비효율 마저 수범자(기업과 회계법인)에게 떠넘기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입장 번복, 내부 문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증선위의 석연치 않은 의결 과정 등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회계담당자와(회사 경영진) 회계감사인(법인)은 자신이 기준 위반으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정부와 법원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는 기업이 회계처리를 할 시점에서 장래의 결과를 제대로 예측해 그에 부합하는 회계처리를 하지 못한다면 감리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바는 2015년 당시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삼정, 삼일, 안진 등 3개 대형 회계법인에서 적정판단을 받았고, 증선위가 위탁 시행한 감리에서도 문제점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이제 와서 뒤늦게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해당 기업의 도덕성을 추락시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여타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최근 열린 한공회 기자세미나에서 K-IFRS 놓고 "풀다 만 숙제와도 같다"며 "지금은 서로 어디까지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인지 논쟁하지 않는 확실한 선(Bright Line)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인 가능한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차라리 규정중심 회계로 돌아가는 게 합리적"이라며 "IFRS를 계속할 것이라면 기업, 회계감사인, 감독당국 3자 간에 운용을 위한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재량권 남용···대책 마련 중요"
반면 반대측에서는 삼성이 IFRS가 허용하는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 경영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봤다. 

28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세터 실행위원은 "IFRS가 원칙 중심의 회계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상위에 회계는 경제적 실질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당시 4조5000억원을 장부에 반영한 삼바의 회계처리가 적절하려면 가치평가 결과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초자료도 제공받지 못하고 작성됐음을 명시한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를 가치평가에 활용한 것은 국제회계기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 홍 회계사는 삼바가 IFRS의 재량권을 넘어선 회계 처리를 했다는 근거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그룹 내부문건을 들었다. 그는 "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가 주식 가치 평가액이 하락하게 된 상황에서 이를 할인율 조정으로 상쇄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며 "IFRS가 회계 처리 재량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의도한 결과에 맞추어 인위적으로 할인율을 조정하도록 허용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유승경 한국공인회계사회 책임연구원은 "IFRS에서 허용하는 재량권은 당연히 원칙 중심이지만, 일관되고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원칙을 벗어나는 고의적 회계 부정행위는 재량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 회계환경 자체가 하나의 답을 내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감독당국이 분식회계 결론을 낼 때 (회사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고 사업보고서를 정정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면 제재는 없다"며 "이런 부분을 우리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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