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중간선거 이후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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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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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l]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중 무역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민주당의 하원 탈환, 공화당의 상원 수성이라는 결과가 무역전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되는 해석이 대립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강화했기 때문에 대중(對中) 압박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원을 8년 만에 탈환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대한 반대와 저항을 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간선거 전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행보를 보면 양국이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의 격화를 막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무역, 북한 문제에 대해 길고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또 지난 8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면담한 자리에서 시 주석은 "상호존중과 양보의 정신과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왕치산 부주석도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 이코노미 포럼’에서 "중국은 미국과 상호 수용 가능한 경제 및 무역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상호 우려 사항을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언하였다.

예정보다 한 달 늦게 지난 9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외교안보 전략대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및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무역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합의로 인해 지난 10월 4일 허드슨연구소 연설을 통해 신냉전의 위험을 암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 이후 고조되어온 양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다소간 약화되고 있다. 전쟁불사를 주장해온 환구시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미국의 요구를 심각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타협론을 제시하였다. 21세기 전반은 물론 후반에도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과 서방 국가들과 협력을 위해 미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3월 이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중국이 미국 중간선거 전후 타협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중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주들 중에서 웨스트버지니아와 몬태나를 제외한 노스다코타, 인디애나, 미주리, 플로리다 주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1826년 이후 200년 가까이 중간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당이 이긴 적이 거의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고려하면, 이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관세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집중된 팜 벨트(Farm Belt·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Rust Belt·중서부 및 5대호 연안 자동차 및 철강 산업지대)에서 공화당이 선전하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던 팜 벨트와 러스트 벨트는 중간선거에서도 대체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였다. 대표적으로 대두와 철강 산업이 집중된 인디애나 주에서 공화당이 상원의석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농민과 노동자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직도 강력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협조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무력화할 수 없다.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rade Promotion Authority: TPA)을 2021년 7월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지난 7월 초에 만장일치로 처리되었다. 내년 민주당이 이 권한의 무효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조약 비준권을 가지고 상원을 공화당이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협상을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비준안의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중간선거 전후 중국의 입장 변화로 인해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기간 중 개최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양보를 미국이 받아들여 합의안이 성사된다면, 그동안 주고받았던 보복관세의 악순환이 종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세 보복의 중단이 무역전쟁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의 관세 인하와 불공정 관행의 개선을 통한 무역적자 해소가 아니라 ‘중국제조 2025’를 포함한 산업정책의 폐기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 강경파를 대표하는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제2차 외교안보 전략대화가 개최되었던 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간담회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반대하는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을 '등록되지 않은 중국의 로비스트'라고 맹비난하였다. 이 비난의 핵심 표적은 중국과 타협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골드만삭스 출신 므누신 재무장관이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의 대중 강경파가 요구해온 산업정책 폐기를 확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한 무역전쟁의 불씨는 계속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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