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신냉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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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10-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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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l]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0월 4일 허드슨 연구소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시사하는 연설을 하였다. 현직 미국 부통령으로서는 유례없이 그는 중국 양안 관계는 물론 소수 민족 및 종교 탄압까지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간주해온 문제를 기탄없이 비판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중국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였다. 미·중 무역전쟁이 경제 및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정치·사회·교육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연설은 신냉전의 개시를 알리는 선전포고로 평가되고 있다.

2017년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냉전 시대 소련과 같이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는 대중 강경론을 전면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는 1971년 키신저가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오마바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지배적이었던 대중 유화론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1995년 국방부의 '미국의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전략'(속칭 나이 이니셔티브) 보고서와 2005년 로버트 졸릭 당시 세계은행 총재의 ‘책임있는 이익상관자’ 연설처럼, 기존 행정부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 자유주의적 세계경제 질서에 동화되어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010년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이후에도 대미 무역 흑자와 불공정 무역 관행 문제를 충분히 해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중 유화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과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해체를 추구하는 공세적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부채 외교이다.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중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및 라틴아메리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중국은 시설의 이용권을 환수하여 전략적 목적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대미 통상압박을 위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미국 기업들을 활용하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 외교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최고경영자 협의회'에 참석해 보호주의에 반대하며 중국이 개혁·개방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중국의 대미 로비는 연방정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 차원뿐만 아니라 주요 카운티까지 포함하는 지방 차원에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9월 23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아이오와주 최대 일간지인 '디모인 레지스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계속한다면 아이오와 주 농민에게 심각한 피해가 갈 것이라는 4면짜리 기사형 광고를 게재하였다. 차이나 데일리가 이 신문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전체 토지의 90%가량이 농경지인 아이오와 주의 약 4분의1에서 중국의 1차 보복관세의 핵심인 대두, 3분의1에서는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10% 이상 차이로 승리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 신문이 힐러리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광고를 중국이 11월 중간선거에 개입한 증거로 지목하였다. 또한 아이오와 주지사 출신인 테리 브랜스테드 중국주재 미국대사는 현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재국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9월 30일 이 신문에 게재하였다. 더 나아가 펜스 부통령은 허드슨 연구소 연설에서 이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정밀하게 타격하기 위한 중국의 로비 방식의 대표적 사례로 적시하였다.

중국의 로비를 제한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은 물론 전략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첨단 산업을 연구하는 중국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 단축까지 검토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CCTV의 영어 채널인 중국국제텔레비전(CGTN)과 외국대행사로 등록하도록 통보하였다. 이 조치는 취재보다는 로비에 중점을 둔 언론사가 미국 정부기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반중 감정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11월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 없이 펜스 부통령이 예고한 대중 강경론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국이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과 남중국해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중국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무역전쟁이 양국 사이의 군사적 대치로 귀결된다면, 전 세계가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으로 양분되는 신냉전 또는 냉전 2.0이 도래할 것이다.

신냉전이 격화될수록 우리나라가 미국에 안보, 중국에 경제를 의존하는 속칭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유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난 9월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비시장 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기 3개월 전에 다른 회원국들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였다. 이 조항으로 멕시코와 캐나다가 독자적으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한다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직후 잠깐 논의되다 말았던 경제와 안보의 연계 문제가 다시 대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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