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흔들리는 중국 부동산 20년 불패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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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11-0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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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習 "집은 투기대상 아니다" 한 마디에 규제 '우르르'

  • 400조원 부채 떠안은 中 부동산업계···디폴트 리스크 고조

  • 얼어붙은 토지 경매···반년만에 둔화세 보인 집값

중국 주택거래가 위축되고 신규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는 등 중국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샤먼·창사·지난에서 주택 구매제한령을 취소한다."
"국무원이 6개월 안으로 주택 구매제한령을 풀라고 지시했다."
"베이징·광저우가 주택분양가 제한령을 해제한다."

지난달 말 중국 부동산 시장에 잇달아 쏟아진 ‘카더라’ 통신 내용들이다. 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허위 소문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규제 해제설이 자꾸만 시장에 나돌며 혼선을 빚자 중국 관영언론까지 직접 나서서 소문 진화 작업에 나섰을 정도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29일 "경기하방 압력 속에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완화할 것이란 잡음이 있다”며 “중국 정부는 절대로 부동산 규제를 중도에 그만두지 않을 것이며,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단호히 밝혔다. 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옛날 방식으로 경제 성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신호를 확실히 내비친 것이다. 이로써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 규제가 완화되기만 기다리던 지방정부, 부동산 기업, 투자자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習, "집은 투기대상 아니다" 한 마디에 규제 '우르르'

실제로 최근 홍콩 명보가 '중국 부동산 시장 20년 불패 신화가 꺼지는 것 아니냐'는 보도를 내놓았을 정도로 올 들어 중국 부동산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엔 중국 당국이 규제를 내놓아도 시장이 잠시 조정을 받는 듯하다가 다시 오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는 중국 부동산이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지방정부 재정수입, 은행대출, 가계대출 등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중국 당국이 부동산 경기가 식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은 투기 대상 아니다"는 한 마디로 부동산 문제를 경제논리보다는 민생 문제로 접근하면서부터다. 

그 뒤로 주택 구매 제한 등과 같은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졌다. 중국 부동산 정보업체 중위안부동산연구중심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적으로 내놓은 부동산 규제 건수는 405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여기에 더해 부채와의 전쟁, 무역전쟁, 경기둔화 등의 타격을 부동산 시장도 피해갈 수 없었다.

◆400조원 부채 떠안은 中 부동산업계··· 디폴트 리스크 고조 

실제로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해왔던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좋은 시절은 이미 막을 내린 듯하다. 중국 정부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 정책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다.

중국 부동산 '찬바람'[그래픽=김효곤 기자]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부동산 업계의 부채 규모가 3550억 달러(약 400조원)에 이른다"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부동산 업체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5일 ICE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ICE BofAML) 지수를 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주요 자금원인 달러 표시 고수익·고위험 채권 금리는 이달 초 11.2%로 뛰어올랐다.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4년 만에 최고치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주고 자금을 빌려야 한다는 뜻이다.

대기업 자금 사정도 좋지만은 않다. 중국 대형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은 지난주 달러화 표시 채권 총 18억 달러어치를 발행하는데, 2년물과 5년물의 표면금리가 각각 11%와 13.75%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헝다그룹 발행 채권 중 최고 금리라고 전했다. 그만큼 대형 부동산들조차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를 지급하는 등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 들어 중국 부동산 업계엔 디폴트가 줄줄이 이어졌다. 중국 란징(藍鯨)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중훙(中弘), 신광(新光), 우저우궈지(五洲國際), 상링(上陵) 등 모두 6개 부동산 관련 기업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 총 디폴트 액수만 107억 위안이 넘는다. 내년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역내외 부동산 채권 규모도 18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인 만큼 향후 추가로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크리스토퍼 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내년엔 채권 상환 만기가 무더기로 도래하면서 자금조달난이 더 커진 데다가  소비심리 악화로 중국 부동산 매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며 “내년 더 많은 중국부동산 개발업체가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얼어붙은 토지 경매··· 반년 만에 둔화세 보인 집값 상승률

부동산 기업의 돈줄이 마르자 토지 경매시장 거래도 침체된 모습이다. 

중국지수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1~3분기 중국 300개 도시에서 모두 446건 택지용 토지 경매가 유찰됐다. 유찰된 총 택지 개발용 건축면적만 5645만㎡로, 이는 지난해 유찰된 면적의 2.8배에 달한다. 

10월 한달치 통계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통계에 따르면 10월 300개 도시 토지공급 면적은 1억1206만㎡로 전년 동기 대비, 전달 대비 모두 증가한 반면 이 중 실제 거래된 면적은 6150만㎡로 전달 대비로는 28%, 전년 동기 대비로도 38% 하락했다. 토지 양도수입도 2361억 위안으로, 전달 대비로는 25%, 전년 동기 대비로는 40% 줄었다.

중국 경제참고보는 올해 토지 유찰이 역사적으로 봤을 때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거래도 침체되면서 고공행진하던 집값 상승률이 주춤한 모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중국 70개 도시 신규주택 평균 가격이 전달 대비 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6개월 만에 상승률이 둔화한 것이다. 신규주택 가격이 전달 대비 상승한 도시 수도 8월 67개에서 9월 64개로 줄었다.

부동산 투자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50여개 도시 2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4분기 집값 동향 설문조사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33.7%로, 전 분기(36.5%)에서 줄었다. 

장훙웨이(張宏偉) 퉁처(同策)컨설팅연구부 총감은 “부동산 규제로 시장 조정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러한 흐름이 내년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업계 자금난으로 일부 중소업체들의 구조조정도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사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년간 호황 속에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 부동산으로 부를 쌓은 부자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올해 포브스 중문판이 꼽은 중국 400대 부자 중 4분의1은 부동산 재벌로 채워졌다. 1~10위 중국부자 순위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3위), 왕젠린 완다그룹회장(4위), 양후이옌 비구이위안 부회장(6위)까지 3명의 부동산 재벌들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부자들은 찬밥 신세가 된 모습이다. 지난 1일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민영기업 좌담회에 초청된 10명의 민영기업인 중 부동산 기업인은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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