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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스페셜]중국도 소득주도 성장 안간힘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18-11-07 18:19수정 : 2018-11-07 18:19
도농·지역별 빈부격차 심화, 사회불안 가중 최저임금 지속 인상 등 실질소득 증대 주력 무역전쟁에 위기감↑, 경제 체질개선 박차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농민공. [사진=신화통신 ]


중국은 건국 기념일인 10월 1일 국경절을 전후로 1주일가량의 황금 연휴를 보낸다. 연휴가 끝나면 꼭 등장하는 언론 보도가 있다.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소비액이 얼마였는지, 여행객 수는 얼마나 늘었는지 등이다.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중 관광객 수는 7억2600만명으로 전년보다 9.4% 증가했다. 이들이 소비한 금액은 1조4000억 위안으로 9.5% 늘었다. 우리 돈으로 229조원에 달한다. 해외로 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694만명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소비 증가율은 2013년 13.6%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12.1%, 2015년 11.0%, 2016년 10.7%, 2017년 10.3% 등으로 조금씩 하락하다가 올해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렇더라도 중국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동하며 수백조원을 소비하는 광경은 전 세계적인 구경거리다. 각국의 언론들이 매년 중국의 국경절 풍경을 소개하는 이유다.

우리의 설과 비슷한 춘제나 노동절(5월 1일) 때도 1주일 동안 쉬면서 최소 수십조원을 소비한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긴 연휴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화끈하게 지갑을 열도록 만들어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의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각종 연휴 기간 중 관광 수입 외에 일반 소비액도 큰 폭으로 늘어난다.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향상되고 모바일 결제 등 지불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의 질적 업그레이드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국경절 연휴 때는 70인치 대형 TV 판매량이 517% 급증했고 정수기·비데 판매량도 각각 130%, 86% 늘었다. 고가의 식재료인 민물털게 주문량이 16.8%, 와인 주문량은 58.9% 증가했다.

'휴일 경제'로 표현되는 연휴 기간 소비 진작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부양 정책의 일부일 뿐이다.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은 실질소득 증대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국가 경제는 상전벽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변모했지만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살펴보자.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7이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인데, 유엔은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0.4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8년 4.9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조금씩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간 소득이 6200위안(약 100만4000원) 이하인 절대 빈곤 인구는 약 3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도농 간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기준 중국 도시 거주민의 평균 소득은 3만3600위안으로 농촌(1만2400위안)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2만9000위안과 12만5000위안, 경제가 발전한 동부 연안의 저장성(9만3000위안)과 푸젠성(8만3000위안) 등도 10만 위안에 육박한다. 낙후한 중서부 지역의 구이저우성(3만8000위안)이나 윈난성(3만5000위안)은 베이징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가난한 간쑤성(2만9000위안)은 3만 위안에도 못 미친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빈부 격차가 심해질수록 사회에 불만을 품는 계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 연간 1만건 이하에 머물던 집단시위가 2005년 8만7000건을 넘더니 2010년에는 18만5000건으로 폭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제19차 당대회에서 "우리 사회의 주요 모순은 날로 커지는 인민들의 풍요로운 생활에 대한 욕구와 충분하거나 공평하지 않은 발전 사이의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온 노동자인 농민공의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리는 등 빈부 격차, 도농 격차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시장경제 체제가 확립되면서 중국 정부는 1994년 노동법을 제정하고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다. 또 2004년에는 최저임금 규정을 제정하면서 적용 범위와 형식, 구성, 위반 시 구제 조치, 분쟁 처리 절차 등을 상세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낮아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2010년 대규모 파업 사태로 이어진다. 2010년 5월 광둥성 포산시의 난하이 혼다자동차 부품 공장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후 두 달 동안 중국 전역에서 수천건의 파업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에서도 2010년 한 해 동안 14명의 근로자가 연쇄적으로 투신 자살했다. 이 같은 사건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 정부는 이듬해인 2011년 제12차 5개년 계획(12·5 규획)을 수립하며 최저임금을 연평균 13% 이상 인상하기로 결정한다.

2011~2015년 중국의 31개 성급 지방정부는 최저임금을 평균 3.2회 인상했다. 2015년 말 기준 최저임금이 전년도 노동자 평균 임금의 40% 이상으로 인상된 지역은 20곳으로 확대됐다. 2016년 이후에도 비슷한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0%에 육박했다. 지린성의 경우 인상률이 20.3%에 달했고, 상하이가 5.2%로 가장 낮았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와중에도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12·5 규획 시기 도시 지역의 신규 취업자 수는 6431만명으로 당초 목표치인 4500만명보다 1931만명 늘어났다. 2015년 말 기준 실업률은 4.05%로 12·5 규획이 시작되기 전보다 0.05% 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기간 3차산업 분야의 최저임금이 42.4% 급증했음에도 기업 수는 2011년 200만개에서 2015년 444만개로 늘었다.

중국의 소득 증대 정책은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근로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수출 주도형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에 따른 결과다.

최근 수년간 GDP 성장 대비 수출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3.5% 수준으로 반등했다. 이에 반해 소비가 GDP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올해 상반기에 78.5%에 달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제공한 숫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내수 소비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중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서부 내륙 지역의 소득 수준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터지면서 내수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중국은 14억 인구와 960만㎢의 국토를 가진 대국으로 실물경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결국 스스로에게 의존해 자력갱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소비 총동원령을 발동했다. 소득세를 중심으로 감세 정책을 확대하고 일반 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해 소비 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간 영역과 비교해 소득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연구원과 대학교수 등 지식인 계층의 급여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중국 국무원은 "소비는 생산의 최종 목적지이자 동력이며 소비를 촉진하는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은 경제 발전에 기초적인 작용을 한다"며 신소비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이 자원 배분 과정에 결정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의 주체적 지위를 보장해 기술·상품 혁신을 이루도록 돕겠다는 등의 립서비스도 난무하고 있다. 나름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로 활로를 열곤 했지만 이는 막대한 부채 누적으로 이어졌다. 부채 문제가 경제를 위협할 뇌관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4조 위안의 유동성을 풀어 위기를 넘기는 식의 대응을 반복하기는 어려워졌다.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중국이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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