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감감무소식'에…기재부 추진 연기금투자풀 개편 '유명무실' 위기

  • 금융위, 증권사 사모라이선스 발급 지연

  • 9월 주간운용사 선정 앞둬 촉박

  • 선정주기 4년… 올해 넘기면 2029년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 추진한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방안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주간사 경쟁에 돌입한 증권사들에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연기금투자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간사 자격을 증권사로 확대했지만 라이선스 발급이 지연되면서 올해 주간사 선정 과정에도 증권사가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투자풀 주간사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제출한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는 아직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지난 3월 말~4월 초 신청을 완료하고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조직 산하에 연기금투자풀 TF를 꾸린 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증권사들은 사모집합업 라이선스에 대한 금융당국 심사 과정이 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한 달 정도 여유 있게 신청했음에도 9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앞두고 시간에 쫓기게 됐다. 통상 한 달가량 앞서 제안요청서(RFP)가 발송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전에 제안서를 준비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 선정 주기가 4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를 놓칠 경우 2029년에나 증권사들이 주간사로 선정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기재부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기금투자풀은 중소형 연기금·공공기관의 여유자금을 민간 주간 운용사가 대신 운용하는 제도로서 2001년부터 운영됐다. 기재부는 연기금투자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올해 2월 일반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가 주간운용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OCIO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한 개선안이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OCIO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연기금투자풀의 현재 주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일부 회사들만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라이선스가 나오지 않을 경우 유효 경쟁률을 높여 성과를 높이겠다는 기재부 취지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연기금투자풀은 OCIO를 통해 운용되는 공적 기금 중에서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61개 기금 및 54개 공공기관이 연기금투자풀에 약 62조원을 위탁하고 있다. 2021년 약 31조원에서 두 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OCIO 운용 규모는 2022년 40조원대에서 20조원 아래로 줄었고, 고용노동부의 산재보험기금 OCIO 규모는 약 22조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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