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10주기]최진실의 10가지 진실-(3)삼성이 LG 제친 힘 '진실 하기 나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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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8-10-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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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예능에서도 발군의 감각을 발휘했지만, 그녀를 가장 경이적인 존재로 만든 추동력은 광고 모델 활동에 있었습니다. 최진실 이전의 드라마와 광고는 주종관계에 가까웠죠. 드라마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인지도를 이용해, 광고를 사이드잡처럼 찍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진실은 이 공식을 바꿔버렸습니다. 그녀는 광고를 통해 드라마 못지않은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물론 이것은 그녀가 지닌 재능만의 힘은 아니었을 겁니다. 88올림픽 이후, 한국의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케팅이 중요해졌고, 그것이 광고 시장을 팽창시켰습니다. 그런 흐름을 타고 '최진실'이라는 퀸이 나타난 것입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예요' 광고 속의 최진실.]



최진실은, 광고가 원하는 것, 혹은 광고주인 기업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광고가 단순히 상품을 팔거나 기업을 알리는 기능을 넘어서서, 영상예술과 마케팅 심리학과 카피의 힘을 바탕으로 집약적인 미학으로 시대 정신을 담아내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많은 광고모델들이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적 존재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을 때, 최진실은 '나는 광고 배우이며, 광고는 나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그녀는 광고 무대에서 강력한 자아를 발견했습니다.

최진실이 광고에 입문하게 되는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였습니다. 동생 최진영은 고교 때부터 이미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연예계 진출 의사를 밝히자 처음에는 반대를 하다가 최진실의 뜻이 강한 것을 알고는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1988년 4월 최진영이 몸담고 있던 모델에이전시를 통해 광고모델로 데뷔를 했죠. 한국화장품의 '센시티브' 광고에 조연으로 나왔습니다. 이 CF에는 배우 김희애가 전속모델이었는데, 광고를 찍다보니 최진실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바람에 함께 주연으로 격상이 됩니다. CF가 방송을 타자, 광고계는 일제히 최진실을 주목합니다.

센시티브 광고 감독이었던 박경삼은, 그녀를 삼성전자 전속 모델로 추천합니다. "최진실을 보는 순간, 나는 그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건 연출가의 직감이었다." 박경삼은 그때를 이렇게 설명했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삼성전자 VCR광고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예요'는 어마어마한 히트를 했죠. 목소리는, 올 3월에 작고한 성우 권희덕이 맡았습니다. 권희덕은 이후 내내 '최진실 목소리'란 별명이 붙었지요.

이후 최진실은 삼성전자와 1년 전속모델 계약을 맺었고 2천만원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해 재계약 땐 4천만원으로 인상됐죠. 그녀는 VCR뿐 아니라, 냉장고, 카메라,전자레인지,진공청소기,포터블미디어플레이어 등 삼성의 모든 가전제품의 CF를 도맡게 됩니다. 삼성의 비상이 시작되던 때였긴 하지만, 최진실이 광고모델로 활동한 이후 삼성전자는 럭키금성(LG)을 제치고 가전 1등이 됩니다. <삼성 가전톱도 진실이 하기 나름이예요>라고 할 만했습니다.        <계속>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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