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황금연휴에 드리운 무역전쟁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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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10-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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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여행 유커 '반토막'···마카오도 '한숨'

  • '200조원' 소비대목…관광·영화·식음료 업계 '미소'

  • 교통체증, 치솟는 물가 등은 '골칫거리'

지난해 국경절 연휴 기간 상하이 주요 쇼핑거리인 난징루에서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 [사진=신화통신]


미국행 항공편 급감, 특수 사라진 마카오 카지노 업계···.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인의 국경절 '황금연휴(黃金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는 중국 최대 소비 대목이다. 중국인들이 먹고 마시고 놀면서 가져오는 경제효과는 수백조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올해 국경절 연휴에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 미국여행 유커 '반토막'···마카오도 '한숨'

당장 올 연휴 기간 미국으로 놀러 가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항공권 예약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권 예약 건수가 작년 국경절 연휴 때보다 42% 급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중국 여행객 방문 감소의 전조인지를 미국 관광업계가 숨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동안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자국민의 미국 여행을 제한하는 비관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은 앞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의 한국 관광도 제한한 바 있다.

유커는 미국 관광의 소비 '큰손'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캐나다, 멕시코, 영국, 일본에 이어 미국에 관광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다섯 번째 국가다. 2016년 미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약 300만명에 달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연간 소비규모는 348억 달러(약 38조6000억원)로, 다른 나라를 압도했다.

마카오 카지노 업계도 국경절 특수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중국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마카오 카지노 업계가 국경절 특수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호텔 예약사이트인 아고다와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가 시작되는 1일부터 사흘간 마카오 지역 3~5성급 호텔 객실 40%만이 예약이 찼을 뿐이다. 이는 지난해 객실 예약률이 80%에 달했던 것과 비교된다.

블룸버그가 7명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측 조사에서 10월 마카오 카지노 매출 증가율은 5%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마카오 카지노 매출은 올 3월부터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온 것과 비교된다.

◆ '200조원' 소비대목···관광·영화·식음료 업계 '미소' 

중국 국경절 연휴 소비액[자료=상무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경절 연휴만 다가오면 중국인의 소비 씀씀이는 커지기 마련이다. 국경절 연휴 소비액은 2015년 처음 1조 위안(약 16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절 연휴(10월 1~8일) 중국인 국내 소비액은 1조5000억 위안(약 242조원)에 달했다.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며 중국 국내 관광객이 7억500만명에 달했고,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 수도 600만명에 달했다. 연휴 기간 극장가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며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은 26억 위안이 넘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올 국경절 연휴 중국인의 지갑은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국경절 연휴 소비액이 매년 10% 이상 증가율을 보여온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최소 1조6000억 위안은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들썩이는 건 관광업계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시트립은 보고서에서 올해 국경절 연휴 중국 국내 관광객 수가 7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구의 절반, 전 세계 인구 10분의 1이 움직이는 셈이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도 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을 해외 여행지는 일본, 태국, 홍콩, 한국, 싱가포르 순이었다.

국경절에 개봉하는 영화. 장이머우 감독의 '‘영(影)', 좡원창 감독의 '무쌍(無雙)', 셀리나 제이드 주연의 코미디 영화 '헬로우 미세스머니'


국경절 연휴를 맞는 극장가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국경절 연휴 박스오피스는 30억 위안(약 4911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국경절 연휴를 겨냥해 개봉하는 영화는 모두 9편에 달한다.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무협영화 ‘영(影·그림자)’, 궈푸청(郭富城)·저우룬파(周潤發) 주연의 범죄영화 '무쌍(無雙)', 그리고 셀리나 제이드 주연의 중국 코미디 영화 '헬로우 미세스머니(원제: 李茶的姑媽)'가 대표적이다.

특히 '헬로우 미세스머니'의 경우, 개봉 첫날인 지난달 30일 박스오피스 수입 1억 위안을 돌파하며 국경절 연휴 ’다크호스‘ 영화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갑부를 고모로 둔 주인공 리차의 약혼식에 모인 사람들이 고모의 재산을 넘보면서 서로 속고 속이면서 웃지못할 해프닝들이 벌어지는 코믹 영화다. 

한편 고속도로 무료 개방에 따른 교통 정체현상, 관광지마다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관광객 등 황금연휴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실제로 1일 새벽 베이징 톈안먼 광장서 열린 국경절 국기게양식에는 무려 11만명이 운집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경절 연휴 때마다 들썩이는 물가도 골칫거리다. 특히 중국 대표술 마오타이(茅臺)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주력상품인 53도 페이톈(飛天) 마오타이는 권장 판매가는 1499위안이지만, 최근 최고 2400위안까지 뛰었다고 중국 현지언론들은 보도했다.

황금연휴를 앞두고 각 관광지들이 툭 하면 입장료를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중국 정부는 관광지 입장료 인하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까지 전국 981개 관광지에서 국경절 연휴기간 무료 개방 혹은 입장료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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