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극찬·리잔수 언급 자제…中 '9·9절' 실리외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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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9-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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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우호 과시 위해 수뇌부 대거 동원

  • "ICBM 없어" 부각, 中 배후론 의식한 듯

  • 한반도 지분 유지 노력, 美 자극 최소화

9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리잔수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이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북·중 우호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9·9절 열병식에 참석한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 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북한과 밀착하면서도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피하려는 '실리 외교'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축전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 인민을 대표해 열렬하고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넨다"며 "북한은 지난 70년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작업에 있어 큰 성취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유례 없는 성과를 거뒀다"고 극찬했다.

중국은 9·9절을 앞두고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을 여럿 깔았다.

시 주석의 방북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 상무위원장을 파견하며 북한 측에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했다.

지난 6일에는 권력 서열 4위인 왕양(汪洋)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이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9·9절 환영 연회에 중국 측 주빈으로 참석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대사관이 생긴 이래 최고위급의 방문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7일에는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중조우호협회가 공동 주관한 9·9절 기념 행사에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은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앞으로도 우호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판에도 북한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가운데 북한에 대한 영향력까지 위축될 경우 대미 협상력이 극도로 약화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전날 방북했다는 동정을 짧게 소개한 이후 북한 측 고위 인사와의 회동이나 9·9절 열병식 참석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무력을 과시하는 현장에 중국 측 최고위 인사가 함께 참석한 게 미국 등 서구 사회에 잘못된 신호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도 미국을 의식한 대처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국 CCTV는 "이날 열병식에 ICBM은 보이지 않았다"며 "외부에 강경한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민생 측면의 성과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고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북한이 ICBM을 내놓지 않았다"며 "예년에 비해 열병식 분위기가 편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베이징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 혹은 '중국 배후론'으로 압박해도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라면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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