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SK케미칼 ‘백신주권’ 넘어 ‘세계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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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9-0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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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백신 생산기술, 로열티 받고 수출

  • 10년간 4000억 투자 대상포진·수두 백신까지 4종 개발

  • 스카이셀플루 4가, 전 세계 4가 백신 최초 세포배양 적용

  • 다국적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와 기술이전 계약 맺어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이 스카이셀플루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인플루엔자(독감) 시즌이 다가왔다.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질환으로, 매해 10~11월에 유행한다. 인플루엔자는 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매해 9월 전국적으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추진해 왔으며, 현재는 생후 6개월부터 12세까지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국가 무료접종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 유통될 독감백신은 약 2500만명분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 2명 중 1명은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수입 업체는 총 10개다. 이 중 국내에서 백신을 제조하는 업체는 8개사, 해외에서 들여오는 업체는 2개사다.

인플루엔자 백신이 국내에서 이렇듯 활발하게 제조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이전만 하더라도 인플루엔자를 포함해 국내에서 사용되는 여러 질환에 대한 예방백신은 대체로 해외업체 수입에 의존해왔다. 때문에 해외업체가 여러 이유로 백신 공급을 중단할 경우에는 국가 예방접종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추진된 것이 이른바 ‘백신주권’이었다. 백신 자급화는 국가와 보건당국에 숙원과도 같았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질환 특성상 제품 공급 안정화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었다. 이는 국내 제약사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2500만명분 백신이 공급되는 것에는 백신 개발·생산에 힘써온 제약사 노력도 반영됐다.

SK케미칼은 그중에서도 백신주권을 확립하는 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약사다. 현재까지 SK케미칼이 허가받은 백신제품은 3가 인플루엔자 백신 ‘스카이셀플루’, 세포배양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 4개에 이른다.

이는 2008년부터 4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면서 백신 개발에 몰입해온 성과다. SK케미칼이 경북 안동에 지은 백신공장 ‘엘(L)하우스’에는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SK케미칼은 다수 백신 제품을 개발해 국내 백신주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체 기술력으로 세계 최초의 백신을 상용화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스카이셀플루는 그 대표적인 예다.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스카이셀플루는 2015년 국내에서 처음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된 3가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스카이셀플루 4가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4가 백신 제품에서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이 적용된 제품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되는 세포배양 기술이 도입돼 있어 항생제 사용을 없애고 빠른 생산속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상당수 인플루엔자 백신은 유정란 배양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1945년 국내에서 첫 인플루엔자 백신이 시판 허가된 이후 70여년 동안 유지돼온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닭이 낳은 유정란에 백신주를 넣어 배양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소요시간이 길다. 유정란 준비 단계부터 백신 생산까지 길게는 약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도즈(1회 접종분) 백신 생산을 위해 1~2개 유정란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을 위해선 상당수 유정란이 사전에 확보돼야 하고,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때문에 계란·항생제 등에 과민반응이나 내성이 있는 경우 접종이 제한됐다.

반면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되는 백신은 생산 과정에서 항생제·보존제가 필요없다. 균주 확보 후 2~3개월이면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빠른 생산속도는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하거나 신종플루·홍콩독감 등 변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등 급작스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국내 공급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제품마다 특성이 다르다”며 “접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각 제품 특성을 꼼꼼히 살펴 병원을 방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이러한 특징 등을 기반으로 매해 생산량을 늘려 국내 출시 3년 만에 1400만 도즈를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을 시중에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백신 개발 분야에 대한 SK케미칼 성과는 해외에서도 드러난다. SK케미칼은 지난 2월 프랑스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와 ‘세포배양 방식 백신 생산기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공급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5500만 달러(약 1691억원)에 이른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자체 개발 중인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에 이 기술을 적용하게 되며, 상용화 시 매출액 일부를 SK케미칼이 로열티로 받게 된다.

SK케미칼은 그간 내세워온 ‘프리미엄 백신 개발’ 전략에 따라 이 같은 성과를 얻었으며, 백신에 대한 국내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입증했다고 본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지난해 12월부터 공급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도 백신주권과 세계화에 주목받는 사례다. 이전까지 국내 대상포진 백신은 수입에만 의존해 왔으나 스카이조스터 출시로 국내 자급이 가능해졌다. 또 SK케미칼은 대상포진 백신 도입이 필요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허가신청을 준비하는 등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6월 넷째로 국내 허가된 스카이바리셀라도 글로벌 진출 기반으로 여겨지고 있다. SK케미칼은 올해 하반기 국내 제품 공급과 함께 해외 수출도 동시에 타진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의약품에 대해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실사를 면제하는 등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발도상국이 늘고 있어 국내 의약품 해외 진출에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이 추진하는 프리미엄 백신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국내에서 자급화되지 못한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소아장염 등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SK케미칼 백신사업이 대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갖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선 SK케미칼은 지난달 백신 사업부문을 분할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신설, 공식 출범시키며 전문성과 사업효율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SK케미칼로부터 독립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백신 해외 입찰 참여와 개발도상국 공급 등을 확대해 나가게 된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사노피 파스퇴르, 빌&멜린다게이츠재단, 국제백신연구소 등 글로벌 민·관 기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전략적 투자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맞춰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외부 투자유치에 용이한 구조를 마련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다.

세포배양 방식 백신 생산기술이 도입된 공장도 올해 확대된다. 이는 생산량 확대와 백신사업 성장전략에 따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경북도·안동시와 ‘L하우스’ 증설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장 제조설비 확대 등에 약 1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설비 확대가 완료되면 독감백신 원액 생산량은 기존 대비 약 2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역발전에도 기여한다. SK케미칼은 L하우스가 2012년 12월 준공된 이후 직원 90% 이상을 지역 내에서 채용해왔다. 때문에 경북도와 안동시는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백신 클러스터 내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협약으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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