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극적이되 파격적이지는 않은 '상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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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8-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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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류사회'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학생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 분)과 유명 미술관 부관장인 수연(수애 분)은 부부 사이다. 애끓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나름 애정 어린 충고를 던지며 더 나은 생활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은 냉정하게 옳고 그름을 파악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등 부부보다는 동료에 가까운 정(情)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태준은 우연한 기회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얻는다. 촉망받는 정치 신인 태준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이와 동시에 수연 역시 미술관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 한다. 어렵사리 찾아온 ‘상류사회’ 진출의 기회건만, 수연의 미술품 거래와 태준의 선거 뒤 지저분한 뒷거래가 얽혀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위기를 맞게 된다. 완벽한 상류사회 입성이 무너지려는 순간, 태준과 수연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민국당과 미래그룹을 도발하며 새로운 거래를 제안한다.

영화 ‘상류사회’는 2000년 ‘인터뷰’로 영화계 데뷔, ‘주홍글씨’와 ‘오감도’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변혁 감독의 신작이다. ‘오감도’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하게 된 변 감독은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태준, 수연 부부의 모습이다. ‘상류사회’의 추악함을 비난하면서 그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양면성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해냈다. 거기에 영화의 저변에 깔린 냉소적인 시선과 묘사는 각 인물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는 동시에 씁쓸함을 안겨준다.

또한 주연배우 박해일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탁월한 ‘말맛’으로 고루한 상황들을 헤쳐나간다. 두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상류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태준과 수연의 입을 통해 직설적이고 거침없이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이미 숱한 작품을 통해 최상류층의 민낯을 목격해온 관객들에게 전형을 비트는 코미디로 피로함을 달래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태준과 수연의 독특한 관계성은 영화 ‘상류사회’가 신분 상승을 다룬 여느 작품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다. 이 부부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치부를 발견하더라도 자기만족을 위해 상대의 욕망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한다. 조금의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 부부지만 외부에서 압박이 가해졌을 때 비로소 서로의 치부를 끌어안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은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만들며 영화의 재미를 높여준다.

하지만 이 외에 ‘상류사회’ 속에서 그려지는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 최상류층의 민낯 등은 전혀 새롭지 않다. 최상류층의 변태적인 취미나 지저분한 욕망, 감정을 배제한 관계 등은 숱한 작품들의 답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태준과 수연의 관계 외에 모든 인물은 기능적인 역할로만 존재하며 고루한 인상만 남긴다.

변혁 감독의 전작과 지난 신분 상승에 관한 욕망을 담은 영화들이 그러했듯, ‘상류사회’ 또한 품위 있는 최상류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저열한 섹스 등을 비교하고 전시하며 욕망을 힘주어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몇몇 신들은 자극적이기만 할 뿐 그리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개봉 이후 뜨겁게 언급될 일련의 섹스신은 오로지 행위 자체에 몰두하고 그 장면을 과시하고 전시하는 것처럼 보여 영화와 관객 사이에 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2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20분, 관람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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