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 칼럼] 대한민국 주력 산업의 기회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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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
입력 2018-08-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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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의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정유, 섬유, 가전, 정보통신기기(주로 휴대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으로 대변되는 소위 주력 산업들은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5년여 동안에 거의 80% 전후를 차지하여 이른바 ‘캐시카우’ 혹은 ‘먹거리 산업’의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산업들은 제조를 기반을 하는 산업으로 우리나라가 제조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제조업의 성적표가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이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년전 같은 기간보다 1.1% 하락 했으며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1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 이라고 한다. 또한 제조업 평균가동률의 지속적인 하락과 재고율의 상승, 중국과의 기술격차 감소 등은 우리의 주력 산업은 위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혹자는 제조업은 특성상 인건비가 싼 나라로 흐를 수밖에 없으며 과거 산업혁명 당시 제조업 강국은 영국이었고 그 뒤 인건비가 싼 미국으로 이후 독일과 일본으로 그 흐름이 이어졌고 1970~80년대 일본이 세계 최강의 제조업 강국이 됐을 때 그들로부터 봉제 산업을 위시해 조립 산업, 철강 산업, 조선 산업, 전자 산업 등 제조업을 하나하나 뺏어온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라는 것이다. 이후 우리 보다 인건비가 싼 중국이 조선 산업을 비롯한 우리 제조업을 하나하나 뺏어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의 흐름이다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인 제조업의 추락에 대하여 그냥 이러한 현상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미 예전에 겪었던 현상들로 자연적인 현상 탓 만을 하여야 할까 하는 걱정이 든다. 우리는 어떠한 대책과 전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고 특별히 서비스 산업을 키워서 제조업의 공백을 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의 나라들은 단단한 내수 시장이 받쳐주고 있으며 제조업의 위기가 시작 되었을 때에는 이미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 져 있어 새로운 산업 대안이 나올 때 까지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맷집이 형성된 이후 이었으나 우리는 충분한 기초 체력이 만들어 져 있느냐에 의문과 걱정이 있다.

한가지 희망적인 현상은 세계적으로 제조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이 새로운 변신의 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IT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 세상에는 두 개의 세상이 존재 하게 되었다. 하나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실물세상(Real World)과 또 하나는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세상(Digital World) 이다. 예전만 하여도 디지털 세상은 실물세상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오면서 실물세상의 보조 역할만을 하였던 디지털 세상이 도리어 실물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디지털 세상에서 경쟁력을 잃으면 실물세상에서도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세상에서의 경쟁력이 실물세상에서의 기업의 경쟁력 혹은 개인의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실물세상에 초점을 멎추고 있는 제조업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여 디지털 세상의 경쟁력을 만들어 실물세상에서의 새로운 사업 모델도 만들고 경쟁력의 우위도 갖추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착안하여 제조업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하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지난 2월 독일의 폭스바겐 본사를 방문하여 블록체인 관련 회의를 하였는데 폭스바겐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본부를 만들어 이 곳을 통하여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고 디지털 세상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하였다. 버버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으로 2009년 적자였던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 하였으며 주가도 165%이나 상승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러한 결과는 꾸준하게 지속되어 매출액이 2006년에 7억 4천만 파운드에서 2015년에 25억 2,300만 파운드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 제조업들도 자신들의 전통적인 사업을 넘어서서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하여 획기적이고 새로운 사업 기회들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가 축적한 IT산업에서의 기술력 우위를 제대로 접목한다면 기존 산업들도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프린팅 등의 기술들은 우리산업 어디에서나 응용이 가능한 분야로서 이들과의 기술적 접목은 향후 우리 제조업 변신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존의 노동력에 의존 했던 일들을 자동화 하거나 경영의 업무들을 디지털 화 하여 효율을 높이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의 변화를 종종 이야기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를 넘어서서 자동차가 운송의 수단만이 아닌 각종 센서를 부착 하여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거래 하는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여 차주가 데이터 거래로 인한 보상을 받게 한다던지, 도어락을 만드는 회사가 블록체인과 사물 인터넷 기술을 결합하여 에어비엔비와 겨룰수 새로운 집 공유 플랫폼 사업을 한다던 지 하는 기존에 없던 혁신적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필름의 디지털화의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여 고전하고 있는 미국의 카메라 및 필름 업체인 코닥은 올해초 '코닥코인'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코닥코인은 KodakOne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 활용하며 이 플랫폼에서는 디지털사진가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문제인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가능하며, 사진 사용료 지불 방식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갖어 오겠다 했으며 덕분에 코닥의 주가도 2배 이상 치솟았다.

다소 생소하고 기존의 사업과 비교하여 어색한 느낌마저 들 수 있으나 우리는 이러한 혁신적 발상과 과감한 융합으로 추락하는 제조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여야 하지 않을까.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먼 교수는 4차산업혁명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 하여 모든 것이 디자털화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화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디지털화 될 것이다’ 라고 예견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제조업의 사업모델이 디지털과 융합하여 변신 하지 못 할 이유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 주력산업은 위기가 분명하나 디지털 세상에서의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선진국도 다 경험 해 보지 못한 세상이며 도리어 이러한 변화는 우리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여 줄 수도 있다. 새로이 다가오는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 볼 수는 없을까 하는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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