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재계, 에르도안 정권에 집단 반발…통화·재정긴축, 대미 관계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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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8-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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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르도안 "美전자제품 보이콧" 공세 수위 더 높여…美 추가 제재 우려 확산

터키 50·100리라 지폐와 미국 1달러 지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터키 재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재정·통화정책의 고삐를 당기고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터키 기업들이 에르도안 정부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리라화 폭락을 둘러싼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에르도안 정부는 오히려 대미 공세를 더 강화할 태세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터키산업경제협회(TUSIAD), 터키상공회의소(TOBB) 등 재계단체는 이날 낸 성명에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재정긴축 조치도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단체들은 아울러 미국과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를 긴급하게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촉구했다.

FT는 터키 재계가 에르도안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게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대판 '술탄(중세 이슬람제국 황제)'이라고 불릴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다. 지난 15년간 집권한 그는 6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30년 이상 초장기 집권 토대를 마련했다. 

FT는 터키 재계의 반발이 리라화 폭락사태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부터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 경신 행진을 하던 리라화가 이날 5% 넘게 급반등하긴 했지만, 달러 대비 리라화 값은 올 들어 이미 40% 넘게 추락했다. 2930억 달러(약 331조원)에 이르는 외채를 떠안고 있는 터키 기업에 리라화 폭락은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리라화 값이 떨어질수록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미 공세 수위를 오히려 더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날 자신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에게 "그들(미국)이 아이폰을 가졌다면, 다른 쪽엔 삼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엔 비너스(Venus)가 있다"고 했다. 비너스는 터키 기업 베스텔의 스마트폰 브랜드다. 미국 전자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보이콧 선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폭탄관세 조치로 리라화가 폭락하자 TV 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외환과 금을 리라화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경제전쟁'으로 규정했다. 쉽게 끝낼 싸움이 아니라는 얘기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도 환율 안정을 비롯해 외채 부담이 많은 기업들을 위한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강대강'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AKP 의원들에게 "주먹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뺨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에르도안 대통령도 자주 쓰는 미사여구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 미국 주재 터키 대사를 만났지만 특별한 신호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FT는 터키가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 국영은행 할크방크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의 표적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미국 제품 보이콧 선언이 미국과의 긴장을 더 고조시킬 것이라며, 터키인들이 초조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보이콧 선언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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