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타들어가는 민심…물가 상승 조짐에 불안감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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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8-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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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요금‧금리 등 줄줄이 인상 예고…“소비 더 줄이자”

  • 농작물‧양식장 잇따른 폐사…추석 물가도 안심 못 해

본격적인 휴가철 첫 주말인 5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모습. 예년 같으면 피서 인파로 북적였을 해수욕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해수욕장 앞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5)는 "해수욕장 방문객이 작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 가게도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전체가 찜통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20일이 훌쩍 넘은 폭염은 이달 들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민심도 까맣게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우려했던 농작물 피해와 더불어 공공요금 인상 등이 예고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하반기 한국경제는 ‘폭염’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는 폭염이 장기화되는 부분을 부담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상황이다. 마땅한 대책도 없는데 폭염과 시작한 하반기 경제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특수’ 사라진 내수 시장··· 한숨 섞인 밥상물가

여름철 피서지인 해수욕장 주변 상가는 폭염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피서객들도 폭염으로 뜨거워진 모래사장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한철 장사인 피서지 상인들은 울상이다.

전국 최대 피서지로 꼽히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전체 피서객 규모는 작년보다 증가했다. 그런데 물놀이용품 임대업자나 유람선 운영업체 등 주변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피서객들이 맨발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백사장을 피해 낮에는 자취를 감췄다가 해가 지면 백사장, 호안도로, 광장 등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시원한 하천과 그늘이 있는 계곡에도 피서객이 급감했다. 짧은 장마 이후 비가 거의 오지 않으면서 계곡 물 자체가 말라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잦아졌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은 6일부터 숙박시설 인근 계곡 물놀이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갈수록 계곡 수량이 줄어 물놀이장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경기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휴양림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량이 적은 상태에서 물놀이를 하면 수질오염은 물론 피부병 등에 감염될 우려가 있어 폐쇄를 결정했다”며 “일부 예약객들은 물이 없다는 소식에 예약을 취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북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은 직격탄을 맞은 지역 중 하나다. 전주시에 따르면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한옥마을 관광객 수는 4만5486명(경기전 입장객 기준)이다. 이는 5월 12만4216명의 3분의1 수준이다.

밥상물가는 줄줄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폭염과 여름 휴가철에 채소류와 축산물 등 물가가 껑충 뛰어 체감 물가수준을 크게 높였다.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 보고서를 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 높았다.

채소류 물가는 6월보다 3.7% 상승했다. 기록적인 더위에 작황이 좋지 않았다. 전월과 비교한 채소류 물가 상승률은 2월 16.7% 이후 3∼6월에 4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7월에 반등했다.

시금치가 6월보다 50.1%나 치솟았고 배추(39.0%), 상추(24.5%), 열무(42.1%) 등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축산물도 고온에 가축 폐사가 속출하며 전월에 비해 3.3% 올랐다. 돼지고기가 7.8%, 닭고기는 2.7% 상승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폭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밭 급수 대책비 긴급지원이나 축사용 냉방장치 지원 등 농축산물 생육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배추 비축물량 집중방출 등 품목별 수급·가격 안정대책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가스‧대중교통까지··· 물가상승 부채질하는 요인들

폭염으로 지친 한국경제는 공공요금 인상 등이 예고돼 하반기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국제유가 상승도 소비 효과를 억제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폭염 이후에 한국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폭염이 한풀 꺾여도 경제회복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추석 물가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 조짐은 최악의 소비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이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5월 74.4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줄곧 70달러대 안팎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70달러를 웃도는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이미 지난달 3.9% 올랐다. 9월에도 도시가스 요금은 3∼4%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역시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 △인천 △광주 △대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택시요금 인상을 위한 용역을 마쳤다. △대구 △경기 △경남 △제주에서도 택시요금 인상을 위한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지자체 차원의 용역이 끝나면 시·도 의회 보고·심의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 택시요금이 오를 수 있다. 대전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20% 내외 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하반기 한국경제는 전체적으로 소비 부문에서 신경쓸 일이 많다. 정부가 적절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풀어야 할 이슈도 적지 않은 만큼 폭염 이후의 물가 대책, 소비 부진 요인 등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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