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우려에 中 제조업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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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8-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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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전업계, 트럼프 폭탄관세 피해 中서 동남아로 생산시설 이전 바람

홍콩 쿠이칭컨테이너터미널에 쌓인 컨테이너[사진=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중국을 생산거점으로 삼아온 가전기업들의 동남아행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저임금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불거진 무역전쟁이 이 나라의 '세계의 공장'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거세지면서 가전기업들이 중국 내 생산거점을 동남아시아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는 다수의 대만 기업들이 최근 중국에 집중된 생산거점을 다변화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에 전력부품을 공급하는 델타일렉트로닉스는 지난달 31일 태국 제휴사를 21억4000만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태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기 포석이다. 오디오 브랜드 보세에 이어폰을 납품하는 메리일렉트로닉스도 최근 미·중 무역전쟁 향방에 따라 중국 남부에서 태국으로 일부 생산시설을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가전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중국에 있던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한 건 이미 몇 년 전의 일이다. 중국에서 임금이 오른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제조업체들의 중국 엑소더스(대탈출)를 더 자극할 것으로 본다.

태국과 필리핀에서 컴퓨터 하드웨어와 얼굴 마사지기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뉴킨포그룹은 트럼프의 반무역 공세로 자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밝혔다.

차이밍팡 대만 담강대 교수는 "과거에는 낮은 노동비용 때문에 대만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했지만, 중국의 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일부가 동남아를 향한 엑소더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관세 탓에 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동남아 지역으로 옮기는 게 더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가 올 상반기에 승인한 대중 투자액은 4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 반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등지에 대한 투자액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제조기업들의 중국 엑소더스가 얼마나 더 거세질지는 미·중 무역전쟁 향방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입장인데, 최근 이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폭탄관세를 물리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얀시 하이 델타일렉트로닉스 회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크고 미·중 무역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태국 제휴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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