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중국이 주 4일 근무? 문제는 준비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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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07-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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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을 통한 부의 창출과 여가의 균형, 단시간에 어려워

[사진=신화통신]



"2030년, 주 4일 근무하자."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 13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여가시장 그린북(경제동향보고서)'을 공개하고 이렇게 건의했다. 물론 노동생산성이 지금보다 크게 제고돼야 한다는 전제가 달리긴 했다. 그래도 개발도상대(大)국으로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 중국에 있어 이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사회과학원의 건의는 '일만 하는 빡빡한 삶'이 달라져야 한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인의 일하고 잠자는 시간 외의 여가시간은 하루 평균 2.27시간으로 미국, 독일 등의 절반에 그쳤다. 대도시인 선전·광저우·상하이·베이징 주민의 여가시간은 각각 1.94시간, 2.04시간, 2.14시간, 2.25시간으로 평균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쏸러바(算了吧, 됐어요)"라며 코웃음을 쳤다. "일주일에 이틀 휴일도 제대로 못 쉬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는 반응이다. 12년 뒤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와닿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제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의 신경보(新京報)는 사평을 통해 "사회과학원의 제안이 이론적으로 성립하나 근무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즐기려면 충분한 재화가 축적되는 게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일을 많이 해 주머니를 채울 시간이 필요하며 중국은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여가가 아닌 정보통신기술( ICT),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미래 생존문제를 논해야 할 때"라고도 했다.

과장해 말하자면 '배부른 소리'라는 것이다.   

실제 여가를 즐기려면 충분한 '부'가 중요하다. 또, 여가가 행복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자리잡은 것도 사실이다. 상당수 개도국과 중진국이 직면한 현실로, 이는 정부 당국이 일을 통한 부의 창출과 여가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란이 뜨겁다. 주 52시간 근무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워라밸과 생존의 문제가 뒤엉켜 대기업과 영세업자는 물론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나 더 많이 벌고 또 충분히 쉬며 삶을 즐기길 원한다. 또 이를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옳은 길이다. 문제는 준비와 속도다.

중·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추가인력을 배치해 감당할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또, 인건비 부담이 커진 영세업자와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을 제대로 닦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근무시간만 줄이면 소비가 늘어 경제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는 무책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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