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60분 혈투’ 크로아티아의 품격, 누구도 교체 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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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7-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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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왼쪽)와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뜨거운 포옹.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360분. 크로아티아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 오르기까지 뛴 시간이다. 크로아티아는 16강, 8강, 4강 토너먼트에서 모두 120분 연장 혈투를 치르고 결승에 오른 월드컵 사상 최초의 팀이 됐다.

놀라운 건 4강에서 보여준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투혼이다. 크로아티아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준결승전에서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30분까지 120분간 혈투 끝에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크로아티아는 전‧후반 90분 내내 계속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크로아티아는 16강에서 덴마크, 8강에서 러시아와 승부차기까지 치러 피로가 누적됐다. 이 탓에 경기 초반부터 선수들의 발이 무거운 것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선수 교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크로아티아는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해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교체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뚝심이었을까. 연장전을 노린 용병술이었을까. MBC 중계를 맡은 안정환 해설위원도 선수 교체를 하지 않는 달리치 감독을 향해 “대단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크로아티아가 선수 교체를 한 것은 연장전에 돌입한 이후였다. 그것도 더 이상 뛸 수 없을 정도로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와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들이 어쩔 수 없이 교체됐다. 정상적으로 스스로 걸어 나온 교체 선수는 사실상 승리가 확실시 된 종료 직전 루카 모드리치뿐이었다.

알고 보니 속사정은 조금 달랐다. 달리치 감독은 사실 속이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달리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아낀 이유에 대해 질문 공세를 받았다. 달리치 감독은 “나도 당연히 선수 교체를 하려고 했지만, 선수 그 누구도 교체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모두가 ‘나는 더 뛸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투혼이 더 빛난 것은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노장이었다는 점. 잉글랜드 선수들은 ‘젊은피’로 무장했으나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에 눌려 4강이라는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한 발이라도 더 뛰며 쓰러질 듯 또 일어선 건 크로아티아 선수들이었다.

이제 3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치른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사흘간 휴식을 취한 뒤 하루 먼저 4강전을 치른 프랑스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고 월드컵 사상 첫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프랑스의 스피드에 맞서는 크로아티아의 노련미와 정신력의 격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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