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계륵(鷄肋)’ 인천공항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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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동양대학교 철도전기융합학과 교수
입력 2018-07-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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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동양대학교 철도전기융합학과 교수.


공직사회에 흔히 '백년대계', '만년지계'라는 말이 있다. 먼 훗날까지 미리 내다보고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는 유익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정책이나 막대한 국가예산을 수반하며 쉽게 되돌릴 수 없는 도로・철도 건설과 같은 교통 인프라사업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정부는 정책을 만들기 전부터 면밀한 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백년대계'를 완성한다.

하지만 사회의 가치와 척도, 주변 환경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완벽할 것 같았던 '백년대계'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등 자존심을 구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한번 결정하고 추진한 정책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정책이 타당한 논리, 바꿔 말하면 변경해서는 안 될 이유로 무장되어 있고 정책 실패라는 부담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일이 하나 생겼다. 인천공항까지 다니던 KTX가 운행 중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철도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인천공항 KTX에 대한 정책 변화가 격세지감으로 다가왔다.

지방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KTX는 2014년 첫 운행을 시작했지만 그 운행을 결정한 때는 2009년이었다. 운영사가 다르고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노선이 아니며, 심지어 공항철도를 61회나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환승 없는 편리함'이란 빛에 가려졌다.

그런데 공항철도 노선에 KTX를 운행하는 계획은 인천공항을 만들 때부터, 혹은 공항철도 노선을 건설할 때부터 계획된 '백년대계'일까? 아니면 인천공항 개항 후 8년 만에 2단계에 걸쳐 간신히 개통한 공항철도가 턱없이 적은 이용객으로 '혈세 먹는 하마', '공기 열차'라고 불리는 논란 불식용인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인천공항부터 평창까지 KTX 운행을 약속하여 올림픽을 유치해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또 상황이 반전됐다. 인천 청라지구 등 신도시가 생기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공항철도가 인천 지역주민 출퇴근의 발이 된 것이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개통 초 하루 1만7000여명 수준이던 이용객은 현재 25만여명 수준까지 늘었다. 여행객과 출퇴근 이용자가 겹치면 최대 28만명까지 이용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반면 인천공항 KTX 이용객은 하루 3000여명 수준에 머물러 있단다. 게다가 작년 영종대교에서 KTX가 고장으로 멈춰 서는 등 공항철도 구간에서 몇 차례 KTX 사고로 수십만의 발이 묶이는 일이 발생한 것도 우려스럽다. 인천공항 KTX 운행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공공의 편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계륵(鷄肋)’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인천공항 KTX 운행 중지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라고 본다. 수년 전 잠재운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정부도, 코레일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모든 정책은 혜택을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란 간단치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책 실패라는 비난도 불사하면서 말이다.

인천공항 KTX 운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종 결정하겠지만 그 시선은 과거의 '정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사는 '국민'에 있어야 할 것이다. 일부의 편리보다 진정으로 '공익'이란 단어를 곱씹어 볼 때, 늦었지만 인천공항 KTX 운행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하려는 시도 자체가 유연해 보여서 반갑다. 결과 또한 철도라는 공공재를 바라보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길 기대해본다. 진정한 '백년대계'는 역설적으로 현재를 투영해가면서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또한 KTX가 계륵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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