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박성호 작가 "여행을 통해 진짜 내 모습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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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8-07-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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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던 엘리트 코스인 명문대를 나오면 그 후에 어떤 길을 가고 싶으세요? 대부분이 대기업 또는 연구소에 들어가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인터뷰는 명문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들어가 대기업 또는 연구소가 아닌 여행을 떠나며 그 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찾으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바나나 그 다음,>의 박성호 작가 입니다.
 

[사진= 박성호 작가 제공 ]


Q. 흔히 말하는 ‘엄친아’라고 불리던 엘리트 코스를 걷던 중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두려움이나 주변에서 반대는 없었나요?

A. 일단 반대는 엄청나게 많았어요. 왜냐면 카이스트에서는 보통 학생들이 가는 길이 거의 정해져 있다시피 하잖아요. 대학원, 기업취직, 치의학전문대학원이라든지 법학전문대학원 아니면 5급 공무원 준비 등. 이런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다 보니 교수님, 부모님, 친구들 다 반대했죠. 그런데 이렇듯 많이 두렵고, 엄청나게 불안한 와중에서 ‘그래도 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내가 그것을 하는 게 겁나는 게 아니라 주위시선이 무서운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그 길을 가는 건 전혀 무섭지 않은데, 남들이 그걸 어떻게 볼까 하는 거랑 남들이 비난을 할까봐 무서운 것 때문에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거니까 그런 것을 내가 감수할 수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되었죠.

Q. 여행을 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사실 그 전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나오고 대학교 다니면서 내가 뭔가를 할 때, 예를 들어 공부를 하거나 무슨 연구를 하거나 할 때, 내가 그걸 왜 하고 있는지를 잘 몰랐던 거 같아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잖아요. 사실 공부를 하면서도 본인이 이걸 왜 하는지도 모르고, 나중에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도 모르고,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저도 그랬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하면서 제일 크게 느꼈던 것은 여행 중 늘 생겨나는 선택의 순간들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던 것 같아요.

전까지는 삶에 있어서 선택의 순간에 ‘내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잘 못 느꼈는데, 여행을 할 때는 항상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구나!’ 라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Q. 만약 바나나 농장이 아닌 다른 일을 만나게 되었다면 지금의 박성호는 어땠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됐을 것이다’라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또, 제가 바나나 농장이 좋았던 것은 바나나를 수확하는 그런 점 때문에 좋았던 게 아니었어요.

바나나 농장에서 살 때, 제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 20가지였어요. 예를 들면 페트병을 반으로 잘라서 만든 물통 아니면 도마로 쓰던 종이파일과 같이 굉장히 삶에 있어서 단순한 물건들. 그거 20가지만 갖고 살았던 생활 속에서 스스로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제가 바나나 농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어도 만약 그와 비슷한 생활을 했으면 똑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 같아요.
 

[사진= 박성호 작가 제공 ]


Q. 세상 밖으로 나와서 진정한 나를 찾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짜 박성호씨’는 이전과 무엇이 달랐나요?

A, 예전에는 제가 뭔가 하고 싶다는 게 생겼을 때, 제가 진짜 그것을 성취하고 싶다기보다는 ‘인정받기 위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공부든 무엇이든 학교에서 한 거를 보면 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해왔었어요.

제가 그것들을 남들의 시선 때문에 열심히 하는 거지, 내가 그걸 정말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고 살았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성공하거나 행복하려면 무척 많은 조건들을 달성해야 되는 줄 알았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1등을 하거나 하는 어려운 조건들을 달성해서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농장생활하고 여행도 다니고 하다보니까 사실은 내가 행복하고 성공하는 게 어려운 조건들이 필요한 게 아니라 굉장히 단순한 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하겠죠.

Q. 여행을 하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사람이 사는 게 생각보다 단순하구나.’ 기본적으로 도시생활을 하고 여러 사회 공동체 속에서 살다 보면 삶이 되게 복잡해질 때가 많잖아요. 대인관계도 신경 써야 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혀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는 그 속에 있을 때는 거기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근데 막상 그 생활에서 떠나 단순한 삶을 살다 보니까, 복잡하게 살았던 모습은 내 삶의 정말 작은 부분일 뿐이고, 사실 사람이 사는 것은 굉장히 단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평소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작은 생활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 커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여행을 다녀오기 전과 후 세상이 어떻게 달라 보이셨나요?

A,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라는 책이 있어요. 작가가 노벨상을 탄 사람인데, 스물아홉 살 때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우리가 평소에 갖고 있는 모든 인습적인 것과 관습적인 것, 종교적인 것에서 탈피해서 순수한 인간의 모습으로 자연을 바라본 느낌을 그 책에 담았어요. 그 책에는, ‘아침을 바라볼 때는 세상이 거기서 시작하는 것처럼 바라보고, 저녁을 바라볼 때는 세상이 거기서 끝난다는 느낌으로 바라보라’ 이런 말이 있어요.

사실 저는 여행을 가기 전에는 세상을 볼 때 아침이 오든 저녁이 오든 그 자체에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아침이 오면 현실적인 문제들만 생각났는데, 여행 가서 아침에 내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이국적인 환경에서 해가 뜨고 석양이 지고 그런 걸 보면 하루가 시작하고 끝나는 게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여행 가기 전에는 몰랐는데, 갔다 온 후에는 그렇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아요.

Q. 박성호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여행’이란 말이 굉장히 멋있어서 들으면 무척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랬는데 사실 실제로 여행은 힘들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집이 최고’ 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처럼 여행은 사실은 되게 힘들고 고생하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녀오면 그 고생했던 것마저 되게 아름다워 보이거든요. 그게 왜 그러냐면, 여행 갔을 때는 한 장면씩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장면 생겨요. 그럼 그 아름다운 장면 몇 개로 인해서 그 여행 전체가 다 아름다워 보일 수 있거든요. 그런 게 여행의 매력인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


여러분 혹시 이번 인터뷰 어떠셨나요?
여행을 통해 진짜 삶을 찾은 박성호 작가처럼 여러분도 무언가를 통해 진짜 여러분만의 삶을 찾아나가셨으면 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작성 및 수정 : 김호이/ 김해온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김호이의-사람들-15715740142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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