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운명의 한 주, 조양호 회장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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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06-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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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정기관·정부부처·국민연금 오너일가 압박 수위 높여… "퇴진 시 대안도 고민해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윤정훈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결국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에 놓이게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그의 아내와 3남매 등 일가의 각종 비리에 대해 사정기관과 정부부처가 집중 조사에 나서는 가운데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조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4일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앞서 경찰은 지난 달 26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이사장을 소환조사한 뒤 폭행 및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일부 범죄혐의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또, 이 씨가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증거를 없애려 시도했다는 경찰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같은 날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인천본부세관 소환조사를 받았다. 세관은 앞서 지난달 21일 경기 일산의 대한항공 협력업체와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밀수품으로 의심될 만한 2.5t 분량의 물품을 발견했다. 이날 교육부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검찰과 세관, 교육부가 같은 날 총수일가 3인에 대해 동시 조사에 나선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총수일가 대상 포화에 정상업무 어려운 한진그룹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당국의 수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총수일가는 물컵 갑질 파문 이후 사정기관과 정부부처 10곳으로부터 집중조사 대상이 됐다. 조 회장 역시 상속세 탈루 혐의와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부처와 사정기관의 압박이 장기화되며 재계에선 조 회장 일가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이목을 집중한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은 조 회장 자택뿐 아니라 한진그룹 본사와 대한항공 본사에 대해서도 수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식적인 대응은 물컵 갑질 파문이 발발한 지 열흘 뒤 내놓은 사과문이 전부다. 하지만 2대주주인 국민연금까지 나서 총수일가에 대해 거센 압박을 가하는 만큼 금명간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 "국민연금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내려놓을 수도

일각에선 조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총수일가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4일 저녁부터 4차례에 걸친 촛불집회를 실시해왔다. 이와 함께 익명채팅방 등을 통해 총수일가의 비리와 일탈에 대한 무차별적 제보를 내놓고 있다.

다만 재계에선 대기업 총수가 여론에 휘말려 경영권을 내려놓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회장 일가가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지만 개인적 문제와 경영상 문제는 구분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만약 조 회장 일가가 등기이사에서 사퇴할 경우 경영을 맡을 대안이 있는지도 미지수다. 오랜 기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국적항공사라는 점 때문에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데 제한이 많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어떤 전문가를 데리고 오더라도 ‘오너의 측근’이라는 멍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며 “일반 기업체라면 해외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국적항공사의 경우 외국인의 등기이사 임명이 법으로 금지돼 이마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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