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고태용 "옷은 기본… 마케팅ㆍPR 등 멀티플레이 디자이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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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입력 2018-06-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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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작업실 없어 집에서 비욘드클로젯 창업"

  • 대표 브랜드 아이러브펫 '국민 개티'로 매출 대박

  • 의류 넘어선 다양한 분야 컬래버레이션 재창조… 해외사업 확대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디자이너는 3만원짜리 티셔츠에서 50만원대 바지까지 판매할 수 있어야죠."

최연소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출신이자 젊은 나이와 훈훈한 외모로 '패션계 아이돌'이라 불리는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는 지난 31일 기자를 만나 디자이너 역량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고태용 디자이너가 2007년 론칭한 비욘드클로젯은 아메리칸 클래식과 프레피룩을 콘셉트로 아이러브펫, 노맨틱(Nomantic) 등 다수의 브랜드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일명 '국민 개티'로 친숙한 '패치 도그 프린트 셔츠'는 디자이너 브랜드 단일 아이템으로는 유일하게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고태용 대표만의 디자인 철학은 브랜드에서 드러난다. 비욘드클로젯은 투트랙 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빈티지라인과 하이패션라인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는 것. 컬렉션 라인은 하이브랜드에 맞춰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세컨드 라인 제품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고 대표는 "과거에는 좋은 디자이너라 하면 좋은 옷을 만들고 컬렉션을 연출한다고 생각했지만 시대가 달라졌다"며 "이제는 그 이상으로, 마케팅·세일·PR 등을 전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브랜드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옷을 싸게 만드는 게 정답이 아니고 좋은 옷만 만드는 게 자랑도 아니다"며 "옷을 잘 만드는 건 당연하고 여러 가지를 소화할 수 있어야 좋은 디자이너"라고 정의했다.

 

[비욘드클로젯 2018 FW 컬렉션 ]



◆뒤늦게 시작한 패션, 최연소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고 대표의 대표적인 꼬리표는 최연소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다. 유학파 출신도 아닌 고 대표가 패션에 입문한 시기도 느린 편이다. 대학교에서 의류학과를 선택했지만 쇼핑을 좋아할 뿐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목표를 가졌던 건 아니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리포트 과제 때문에 서울패션위크를 찾았던 게 전환점이 됐다.

그는 "당시 처음으로 패션쇼를 갔는데 학생이라 잘 보이지 않는 맨 뒷줄에 서서 런웨이를 봤다"며 "그럼에도 화려하고 반짝이는 무대에 매료됐고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고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했다. 당시 나이는 27살로 최연소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브랜드를 론칭할 당시 수중에 돈은 200만원밖에 없었다. 그는 데뷔하고도 작업실 구할 돈이 없어서 집에서 비욘드클로젯을 만들었다. 설립한 지 1년이 지난 후에야 신사동에 5평짜리 작업실을 구했고, 대표 브랜드인 아이러브펫도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비욘드클로젯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서 신인 디자이너 편집숍 코너에 제안을 받아 입점하게 됐고, 아이러브펫의 패치 도그 티셔츠가 큰 인기를 얻었다. 입점하고 1년간 백화점 편집숍에서 비욘드클로젯이 판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강아지를 키웠던 건 아니고 강아지를 의인화하면 재미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만들어졌다"면서 "우연하게 소재를 발견하고 옷에 적용하면 좋겠다란 생각이 잘 들어맞았다"며 가장 애착이 가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영화·여행 등 일상생활에서 얻는다. 비욘드클로젯의 2018 가을겨울(F/W) 컬렉션 테마는 '뷰티풀 비 피플'이다. 고 대표는 다양한 컬러와 텍스처, 불규칙한 디테일을 배치해 유니폼을 도발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개인의 개성을 가리는 정형화된 이미지의 유니폼에서 벗어나 지루한 일상에 대한 도발을 표현했다.

이 유니폼 컬렉션의 경우 웨스 앤더스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다즐링 주식회사' 등에 나온 캐릭터를 보고 패턴·컬러 등을 재해석해 컬렉션을 만들었다"며 "다채로운 컬러와 부드러운 소재 등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라이프브랜드로 성장 

고 대표는 비욘드클로젯 패션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라이프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있다. 화장품·캐릭터·힙합 뮤지션·자전거 등과 컬래버레이션(협업) 작업을 진행, 상품을 재창조해왔다. 지난해 힙합 뮤지션 그룹 오드 퓨처(ODD FUTURE)와 함께 진행한 컬래버레이션 서머 컬렉션을 비롯해 스폰지밥, 샤이니 키, 햇츠온, 해리스트위드 등 수십개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달에는 중국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의류를 출시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CJ오쇼핑과 워너원 컬래버레이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한 이유는 패션이 단순히 옷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고 대표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다양한 제품에 패션을 접목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자 협업을 하고 있다"며 "다른 방면에서 전문적인 사람들과 일하게 되면 패션업계 외에 많은 부분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욘드클로젯은 최근 미국 에이전트 아이엠지(IMG)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IMG는 전 세계 200개 이상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서미 스트리트, 내셔널 지오그래픽, 심슨가족, NFL, 코즈모폴리턴 등 다양한 지적재산물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비욘드클로젯이 2013년 뉴욕 패션위크를 시작으로 매년 파리, 뉴욕 등 유명 패션쇼에서 컬렉션을 공개하면서 해외 인지도를 높인 점이 한몫했다. 이번 계약으로 앞으로 홈퍼니싱과 텍스타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IMG를 통해 동남아 소매업체와 연계한 후 현지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하반기에 배스가운, 파자마 등 홈웨어 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고 대표는 "치열한 패션 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기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정체성이 필요하다"며 "비욘드클로젯에서만 볼 수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을 생산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는···
가톨릭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비욘드클로젯을 론칭했다. 2008년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한 후 최근까지 꾸준히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는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패션브랜드대상 '신인 디자이너부문'과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수상했으며, 서울시 선정 10인의 디자이너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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