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리뷰]뮤지컬 ‘닥터 지바고’ 시대와 인물 모두 담은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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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8-04-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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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 지바고의 비극적인 고뇌·소련 사회주의의 실상 그려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주인공 유리 지바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진=오픈 리뷰 제공]



소설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 소설로 ‘지바고(Живаго, Zhivago)’는 러시아어로 ‘살아있는’을 뜻하는 ‘지보이(жив|о́й)’의 소유격이다. 당시 소련의 사회 체제를 반대했던 파스테르나크는 소설의 배경인 1917년 러시아 혁명 이전의 체제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에서 제목을 지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인 의사 유리 지바고를 통해 1905년 러시아 혁명(2월 혁명)과 1917~22년 러시아 내전(10월 혁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선택권이 없었던 절박한 시대 상황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꿈꾸며 라리사에 대한 사랑,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했던 지바고는 비극적인 고뇌를 안고 살았던 당시 지식인의 전형이다.
 

[사진=오픈 리뷰 제공]



한국에선 지난 2012년 초연한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혁명이나 1차 세계대전 같은 역사적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공연에선 주인공들의 사랑과 아픔에 더 중점을 둔 모습이다. 추가된 공연 곡 ‘라일락 꽃이 피는 그곳’은 전쟁 속에서 피어난 평화와 희망을 노래하는 동시에 지바고와 라라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그렇다고 역사적 내용을 아예 놓친 것도 아니다. 짜르(동유럽 슬라브 민족국가에서 군주에 대한 호칭)의 시대를 마감하고 소비에트 연방의 탄생으로 집안 식기 하나까지 통제받는 러시아인의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무대 장치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제작사인 오디 컴퍼니 특유의 ‘여백의 미’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강조한 무대 감독의 의도를 본다면 공연 몰입도는 크게 해치지 않는 수준이다. 오히려 러시아 건축 양식에 매몰되지 않고 장면마다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사진=오픈 리뷰 제공]



배우 박은태와 조정은의 캐스팅 역시 훌륭하다. 지바고와 라라 역을 맡은 두 배우는 가슴 절절한 연기와 함께 공연 곡 ‘나우(Now)’를 부르는 장면에선 얀코의 죽음과 그의 편지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데 고조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루한 역사극일 것 같다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사랑에 대한 적절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우리에게도 친근한 이야기는 ‘닥터 지바고’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영화 못지않은 러시아 대평원과 설원의 영상은 현실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연은 오는 5월 7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사진=오픈 리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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