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물밑조율 시한 열흘 남짓…전면전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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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3-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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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품목 선정 앞두고 고위급 대화 시작

  • 트럼프 공세 유지 전망, 中 "패배는 없다"

  • 美 장기전 태세 속 中 속도전 대응 전망

美·中 '무역전쟁'…트럼프, 중국산 수입품에 54조원 관세폭탄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 달러(약 54조 원)의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향해 '관세폭탄'을 교차 투척하면서 세계가 우려해 온 G2 무역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양측이 작심하고 링에 오른 만큼 당분간 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둘 중 하나가 무릎을 꿇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결국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제공격 나선 美, 되치기 가능성 지적

25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뒤 양국 고위급 인사 간의 첫 공식 접촉이 이뤄졌다.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국무원 부총리(劉鶴)가 전화 통화를 하며 의견을 교환한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미국 측의 조사 결과를 통보했고, 류허 부총리는 미국의 선제적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최소 500억 달러, 최대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의 경제 침약을 표적하는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 돈으로 54조~6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보름 동안 후보군에 포함된 1300여개 품목 중 최종 관세 부과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양국이 전면전에 돌입하기 전 물밑 조율을 벌일 수 있는 시한이 12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곤경에서 탈출하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무역전쟁을 선택한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둘 때까지 중국을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즉각 30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중국은 무역전쟁을 지지하지 않지만 패배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쟁을 할 지 대화를 할 지는 미국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복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도 많다. 미국의 핵심 수출품인 농산물과 자동차, 항공기, 반도체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보유 중인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는 가장 강력한 보복 수단으로 꼽힌다. 국채를 시장에 대거 내다 팔 경우 미국 내 금리가 급등해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먼저 공격에 나선 미국이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할 수단이 그지 않지 않아 승기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기 수습 원하는 中, 왕치산 역할 관심

트럼트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택한 것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다. '강한 미국' 이미지를 과시하고 무역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적자폭 축소를 이뤄내 오는 11일 중간선거는 물론 2020년 재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맞장구를 쳐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시 주석은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임기 제한을 없애고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에 삽입하는 내용의 개헌을 이뤘다.

또 측근을 전진배치해 공산당과 국가기구, 군부를 완벽히 장악하는 사실상의 절대 권력 체제를 완성했다. 그동안의 중국 정치 관행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이고 무리한 행보였다.

장기 집권에 대한 대내외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경제적 측면의 성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를 달성하겠다는 집권 2기의 핵심 국정 과제를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안정적인 경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시 주석이 목표로 내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향후 3년간 연평균 6%대 중반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장기화는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국면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보복 조치로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인 미국 팜벨트(Farm Belt·농장지대) 주들의 피해가 커질 경우 마냥 공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 감축에 협조하는 식의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중 무역적자를 연 5040억 달러로 보고 있다"며 "이를 현재의 25%, 즉 1000억 달러로 줄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내심 현 수준에서 1000억 달러 안팎을 줄이는 정도의 절충안을 기대하는 듯 하지만 중국이 받아줄 지는 미지수다.

이 과정에서 중국 양회를 거치며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한 시 주석의 '오른팔' 왕치산(王岐山)의 활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류허 부총리와 함께 대미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유능한 협상가이자 경제 전문가로 추켜세우는 그가 이끌어낼 협상 결과에 따라 국제 무역 질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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