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산업, ‘Team-Korea’로 재건 해법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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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3-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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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사 갈등‧화주 외면 등 ‘각자도생’으로는 생존 불가

  • 中‧日 ‘원팀’으로 돌파구 마련…구조적 문제 해결 시급

한국 해운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는 것으로는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량 규모가 작은 한국 원양선사들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끊임없이 반목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화주들도 ‘국적선사’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면서 해운업 전반이 어수선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업계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치열한 세계 해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놓은 대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세계 해운시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유럽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중국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한 일본으로 재편됐다. 이들 국가는 당분간 세계 해운시장을 이끌어가는 중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과 일본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해운업이 하나의 팀으로 운영된다. 이른바 ‘원팀’으로 해운시장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일본과 중국처럼 해운업이 ‘원팀’으로 구성되지 못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 중인 세계 해운시장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현대상선, SM상선 등 국적원양컨테이너 선사들이 현재의 선대 규모를 크게 확대하지 않을 경우, 향후 얼라이언스 가입이 곤란하다”며 “원양항로에서 독자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발빠른 국유기업 인수합병으로 위기 극복

중국은 2012년부터 4개 부문에서 해운정책을 시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해운기업의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와 경쟁력 강화 △해운산업과 전·후방 산업 상호투자 및 지분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 △화물유보제도를 통한 대종상품과 전략물자의 화물우선 적취권 복원 △선박 톤세 실시 및 영업세의 부가가치세 전환 등 세수 측면 정책 등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하반기부터 국유 해운기업 간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2015년 12월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중국 1위 해운기업인 중국원양홀딩스(COSCO Holdings)와 2위 기업인 중국해운컨테이너라인(CSCL)의 합병을 승인했다.

또 3위 기업인 중국초상국그룹(China Merchants Group)이 4위 기업인 중국외운장항(Sinotrans CSC)을 자회사로 인수하도록 승인했다.

중국외운장항은 2009년에 시노트랜스와 중국장강항운(CSC)의 합병으로 출범했고, 합병 이전에는 해운산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실적부진으로 존재감이 약해졌다.

또 2016년 2월 상하이에서 출범한 중국원양해운그룹(China COSCO Shipping Group)은 중국 컨테이너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원양그룹 내에서 컨테이너 사업부문을 관장하는 중국원양홀딩스가 중국해운그룹 컨테이너 사업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했다.

이는 선사 간 통합을 통해 컨테이너 해운산업 공급 측면의 대대적인 개혁을 이끌어내고, 경쟁력을 집중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중국원양홀딩스와 CSCL은 2009년부터 영업이익 하락과 순이익 적자를 겪어 왔다. 2014년 연료유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듯했으나, 양사 합병이 결정된 2015년에는 운임하락 영향으로 다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또 2010년을 제외하고 2009~2015년 줄곧 미미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2015년 8월, COSCO와 CSCL의 인수·합병을 위한 통합개혁 전담반(TF)을 조직하고 합병을 위한 계획안을 마련했다.

합병을 추진하던 2015년 12월 당시 COSCO는 컨테이너선 161척, 선복량 84만7055TEU 및 시장점유율 4.2%를 보유한 세계 6위 선사였다.

CSCL은 컨테이너선 132척, 선복량 70만6340TEU, 시장점유율 3.5%의 세계 7위 선사였다.

양사 합병을 통해 탄생한 중국원양해운그룹은 지배선대 293척, 선복량 155만3000TEU로 컨테이너 사업부문에서 머스크 라인, MSC, CMA CGM에 이어 세계 4위 컨테이너 선사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상위 3개 컨테이너 선사와 컨테이너 사업 운영규모의 차이를 크게 좁힐 수 있게 됐다.

고병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해운산업과 관련, “국유기업 간 전략적 협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있는 중앙 국유기업 102개 및 지방 국유기업 등은 모두 중국원양해운그룹의 잠재적인 협력대상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중국의 향후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 협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日, 직접 해운재건 발 벗고 나선 아베총리

일본 해운산업은 철저하게 ‘자국선 우선제’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관계 기관과 연계된 화물 또는 농산물, 원유 등 국민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물자로 외국적 선박보다 국적 선박을 통한 운송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법으로 규정하거나 제도화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자유무역 침해로 인해 WTO 등 국제기구에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국토교통성 등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국적선박을 통한 운송을 유도하고 있다.

국토성은 법 개정 등을 통해 향후 국가전략 화물(석탄·원유·LNG·대정부 자원 수출입 화물, 컨테이너 화물 등)의 운송권을 일본 메이저 3대 선사(NYK·MOL·K-Line)에 맡길 계획이다.

이처럼 일본이 철저하게 자국선 중심으로 해운업을 재편한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관심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12월 아베 총리는 해운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해운산업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로 해양 국가인 일본이 해양을 중심으로 계속 번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당일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현재 해운업이 겪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실효적인 정책 지원을 수행할 것임을 약속했다.

정부 개입의 당위성으로 해양에 둘러싸여 다수의 섬으로 이뤄진 국토 구성을 감안할 때 국가안보 차원에서 해운산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해운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수출품 판매 등 경제적 효과를 고려할 때 해운업 진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윤민현 전 중앙대 객원교수는 “일본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전문경영인을 도입, 해운강국으로 거듭나는 초석을 다졌다”며 “한국 해운업도 외국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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