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300일] 글로벌 통상전쟁 본격화…"통상조직 강화로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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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3-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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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격변 시대 맞은 통상…미국·EU·중국, 전면전

  • 정면대응 밝힌 정부…통상 전략 업그레이드 절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상분야 대격변의 시대다. 3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통상분야는 시작부터 격변 그 자체였고, 지금도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발 통상 압박은 이제 글로벌 통상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는 통상분야에서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맞섰지만,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여파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통상조직 강화로 대응 실효성을 높이고, 전략의 틀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거세지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통상전쟁으로 번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규제 등 미국발 통상압박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한·미 FTA의 경우, 정부는 지난해 8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1차 회의' 당시 객관적인 평가가 먼저라며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러나 결국 한·미 FTA 개정협상은 시작됐다.

또 지난 1월 세탁기와 태양광에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동됐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철강 수입규제도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규제는 글로벌 통상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품목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무역제재를 가하는 수단이다.

미 상무부는 조사 결과, 수입 철강에 관세나 쿼터(할당)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고안 가운데 수입산 철강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은 보복관세 난타전을 예고하고 있다.

EU는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꼽히는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 데이비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에 보복관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EU는 이들 업체를 타깃으로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BMW·폭스바겐·아우디 등 유럽 브랜드를 겨냥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도 전운이 감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세계 경제 2위'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철강관세'를 비롯, 일련의 제재에서 중국은 모두 타깃이 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대두(콩)·수수 같은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의 보복조치가 현실화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를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는 제조원가 상승,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포드사의 최고재무경영자 로버트 생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돼 상품시장에서 철강·알루미늄 제품 가격이 벌써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생산한 금속을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업자로서 긍정적인 영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본격화되는 통상전쟁에 고민 깊어지는 정부

미국과 중국, EU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통상전쟁이 본격화되자 우리 정부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공에 맞서려면 비슷한 처지의 국가와 힘을 모아 반미(反美) 전선을 형성하는 게 유효한 전략이다. 그러나 강대국의 싸움에 말려들 경우, 더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거대한 수출시장인 미국·중국·EU 중 누구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중국·EU처럼 경제규모가 크면 무역 보복도 하고 전면전에 나서 압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하다"며 "그러나 우리처럼 통상에 목매는 나라의 경우, 잘못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산업구조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폭격에 우리가 유탄을 맞고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중국과 함께 미국의 통상압박에 맞설 경우, 오히려 더 큰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미국이 일괄 관세로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다자 차원에서 다른 국가들이 보복에 나선다면, 우리도 참여하는 게 좋다"며 "보복을 다자가 가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보복의 강도나 구체적 품목 선정은 적절한 수준에서 해야 한다"며 "참여는 하되,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현명한 보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통상조직 강화로 실효성 높여야

통상협상을 책임지는 통상교섭본부를 확대·개편,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실 1개 단위 조직을 통상교섭본부 내에 신설하고, 50여명의 인력을 증원하는 조직 개편안을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기재부의 반대로 여전히 '논의 사항'으로 남아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파고는 물론 글로벌 통상전쟁까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인력이 없는 것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한·미 FTA, 세이프가드, 철강 수입규제 등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통상압박을 현재 조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통상조직 강화로 대응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통상 전략의 틀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 교수는 "최근 글로벌 무역동향을 보면, 통상당국이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안보와 통상을 한번에 패키지로 묶어 접근해야 한다"며 "통상당국을 넘어 청와대 결정권자가 통상 관련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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