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정부가 낡은 난방·전력·상하수도 시설을 2029년까지 갈아엎는 13조 텡게 규모 국가사업에 대한 국산 설비 공급 계약을 9월 1일까지 마무리하라고 못을 박았다. 정작 그 설비를 만들 자국 공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발이 묶여서다. 13조 텡게는 약 273억 달러, 우리 돈으로 40조 원이 넘는다.
올자스 벡테노프 총리는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에너지·공익시설 현대화' 국가사업에 필요한 신규·증설 생산시설의 오프테이크 계약 체결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오프테이크 계약은 구매자가 앞으로 생산될 물량을 미리 사주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이 약속이 있어야 제조업체가 그것을 담보로 돈을 빌려 공장을 짓는다. 계약이 없으면 공장도 없다.
"이 문제는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산업건설부가 감독과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벡테노프 총리는 말했다. 그는 2주 안에 제조업체 등록부에 건축·도시계획·건설 분류 코드를 반영하라고도 지시했다.
국산 설비는 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카자흐스탄 정부가 내건 네 가지 추진 방향 가운데 하나다. 카자흐스탄 안에서 조달할 수 있는 품목이 2786개, 금액으로 2조 2400억 텡게어치가 이미 추려졌다. 설계와 기자재 공급을 맡을 국내 공장 220곳과 자격을 갖춘 기업 669곳도 명단에 올라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도 2년 안에 200개 넘는 생산시설이 새로 가동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사업이 2024년 12월 출범한 후, 2029년까지 이어지는 국가사업으로 승인했고, 토카예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7일 근거법에 서명해 12일 뒤 발효됐다. 13조 텡게 가운데 6조 8000억 텡게는 8만 6000㎞에 이르는 배관망 보수와 신설에, 6조 2000억 텡게는 발전 부문에 들어간다. 올해에만 1조 텡게가 넘는 돈이 배정됐다.
목표 수치는 구체적이다. 난방망 노후화율을 53%에서 40%로, 전력망은 62%에서 45%로, 상수도는 39%에서 34%로, 하수도는 54%에서 40%로 낮춘다. 사고 건수는 20% 줄인다. 발전 용량은 7.3GW 늘려 전체 발전량을 32.6GW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발전 사업 건수는 발표마다 다르다. 신규 15건과 개보수 14건으로 나눠 세기도 하고, 29건으로 묶기도 한다.
이 에너지 공급망 인프라 프로젝트는 지난 2022년 11월 27일, 파블로다르주 광산도시 에키바스투즈의 열병합발전소가 멈춰 선 것을 계기로 기획됐다. 당시 영하 30도 안팎이었던 상황 속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주민들은 난방 없이 수일을 버텨야 했다. 배관과 라디에이터가 얼어 손상됐고, 이 일로 주지사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에키바스투즈 사고 몇 주 전에는 북동부 리데르에서도 같은 사고로 2만 명 넘는 주민이 난방을 잃은 터였다.
그해 12월 에너지부가 내놓은 실태 점검 결과에 의하면 카자흐스탄 열병합발전소는 지어진 지 평균 61년으로. 76%가량은 반세기 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요 설비의 평균 노후화율은 66%였다.
사업단을 이끄는 카나트 보줌바예프 부총리는 노후화율이 65~70%를 넘는 지역부터 손대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국내외 금융기관과 은행, 국가 예산, 주주 출자로 마련한다. 보수 비용이 곧바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공익사업체의 대출 이자를 일부 보전해 주고, 저소득층에는 요금 지원을 이어간다.
벡테노프 총리는 통합 디지털 플랫폼 '스마트 투르므스' 구축도 서두르라고 산업건설부와 에너지부에 주문했다. 예르사인 나가스파예프 산업건설부 장관은 같은 회의에서 첫 모듈을 4분기에 시범 가동한다고 보고했다. 가입자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요금 납부를 디지털로 관리하며, 전기·가스·열·물 사용량을 들여다보는 기능이다. 카자흐스탄은 2029년까지 공화국급·주급 도시의 공익시설 계량기 설치율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이 국가사업으로 노후 시설 개보수 시범사업 17건에 317억 텡게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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