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논리 앞세워 한국에 232조 '고율관세'…정부, 대응 마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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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2-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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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러시아 등 주요 철강 수출국에 53% 관세…일본·캐나다는 제외

  • 정부·업계 "美 232조 피해 최소화 노력"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출국에 강력한 수입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철강 조사에서 53% 높은 관세를 부과할 대상으로 지목한 12개 국가에 우리나라가 포함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간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지만, 미국은 자국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경제논리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철강 업계는 아직 최종 조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과도한 철강 수입으로 인한 미국 철강산업의 쇠퇴가 "미국 경제의 약화를 초래해 국가 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상무부는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할당)를 설정하거나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한국·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53%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는 2017년 수준으로 수출을 제한하라고 했다.

문제는 12개 국가에 대한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량이 많은 국가가 주로 포함됐고,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국가들이 일부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한 상위 20개 국가는 2017년 기준 캐나다·브라질·한국·멕시코·러시아·터키·일본·독일·대만·인도·중국·베트남·네덜란드·이탈리아·태국·스페인·영국·남아공·스웨덴·아랍에미리트(UAE) 순이다.

캐나다는 대미 철강 수출 1위인데도 12개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웃인 멕시코와 전통적 우방인 일본·독일·대만·영국 등도 제외됐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12개 국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들 국가의 최근 몇 년간 생산능력 확장 속도,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성격, 환적 여부 등 여러 요인을 분석했다고 설명하고서 특히 대미 수출 증가율이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안보를 경제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으로 해석하면서, 군사동맹 같은 전통적 안보 요인이 아니라 경제 측면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대미 수출이 많으면서 중국산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 포함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32조 조사의 취지가 중국을 겨냥한 만큼 중국 철강의 저가 수출에 기여하는 국가를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고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고질적인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을 미국 경제의 약화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철강 수입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철강업체들이 232조 조사 과정에서 한국 철강업체가 중국산 강판을 강관으로 가공해 미국에 덤핑한다고 주장한 점도 상무부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7일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미 상무부 232조 발표 대응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주재, 업계 관계자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 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최종 결정 전까지 최대한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는 것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 철강 수출지역 다변화, 국내산 철강수요 확대 등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산업부는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민·관이 함께 미 정부, 의회, 업계 등에 대해 아웃리치(접촉) 노력을 총력 경주하는 한편 시나리오별로 대미 수출 파급효과를 정밀 분석한 후 피해 최소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한 자세에 따라 설득작업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결국 WTO 제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우리 기업의 철강과 변압기에 대해 미국이 AFA(Adverse Facts Available)를 적용, 고율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보고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AFA는 조사대상 기업이 미국 상무부가 요청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제소자의 주장 등 불리한 정보로 고율의 관세를 산정하는 기법이다.

미국은 2015년 8월 관세법 개정 이후, 2016년 5월 도금강판 반덤핑 최종판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기업을 상대로 총 8건의 조사에 AFA를 적용, 9.49~60.81%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정부는 그동안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고위급 면담 △WTO 반덤핑위원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AFA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미국은 계속 AFA를 적용했다.

이에 정부는 법리분석과 업계·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WTO 제소 방침을 결정했다. 이어 WTO 분쟁해결절차(DSU)에 따른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미국에 전달하고, WTO 사무국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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