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 정현, ‘황제’ 페더러도 두렵지 않은 “충 온 파이어!”

[정현의 세리머니. 사진=연합뉴스]

“충 온 파이어!”

‘겁 없는 신예’ 정현(세계랭킹 58위·한국체대)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를 상대로 호주오픈 결승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 ‘불붙은 충’이라면 또 한 번의 이변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정현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한국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의 쾌거를 거둔 놀라운 성적뿐만이 아니다. 정현의 공식 인터뷰와 방송카메라에 적는 사인도 연일 화제를 부르고 있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3-0으로 제압했다. 이후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코트를 빠져나가던 정현은 방송카메라 앞에 멈춰 서 사인펜으로 적은 한글 사인에 또 다시 궁금증을 더했다.

정현은 이번엔 한글로 ‘충 온 파이어!’라고 적은 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언뜻 해석하기 어려운 이 글의 의미는 자신감의 상징이었다. ‘충’은 자신의 자신의 성(姓)을 영어로 표기한 ‘Chung’을 발음 그대로 읽은 것이다. 정현은 자신을 ‘미스터 충’이라는 애칭으로 표현한다. ‘온 파이어(on fire)’를 ‘불붙은’ 정도로 해석한다면 ‘불붙은 정현’이라는 의미다. 흔히 상승세에 있는 선수를 수식할 때 쓰는 표현이다.

앞서 정현은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꺾은 뒤에도 방송카메라에 ‘캡틴 보고 있나’라고 적어 화제를 모았다. 삼성증권 시절 은사인 김일순 전 감독을 향한 메시지였는데, 정현은 “삼성증권이 해체되고 감독님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이렇게나마 위로해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정현이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페더러도 준준결승에서 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를 3-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꿈의 대결인 정현과 페더러의 준결승전이 성사된 것이다.

페더러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쌓은 선수로 객관적인 기량에서는 정현보다 몇 수 위로 평가된다. 하지만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이번 대회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현은 페더러도 긴장을 해야 하는 상대로 성장했다. 또 정현과 페더러는 한 번도 맞대결을 벌인 적이 없어 결과는 붙어봐야 알 수 있다.

페더러보다 15살이나 어린 정현은 자신감 넘치는 패기로 4강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정현이 자신을 향한 메시지로 직접 적은 ‘충 온 파이어’의 당당함이 이젠 페더러를 향했다. 정현과 페더러는 26일 오후 5시30분 결승행 길목에서 맞붙는다. 이번 대회 최고의 신·구 빅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