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마카오·티베트가 독립국가?”…中 심기 건드린 외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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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정혜인 기자
입력 2018-01-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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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어트호텔 등 외국기업 앱 '국가' 분류 논란

  • 中 "국가분열 조장행위" 보이콧 움직임

  • 정부, 해당기업 책임자 대상 소환교육

메리어트호텔 인터내서널 모바일 앱에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이 독립된 국가로 표기되어 있다. [사진=바이두]


아시아 최대 음악 시상식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가 중화권 국가 표기 문제로 중국인의 보이콧 선언 뭇매를 맞은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동일한 논란이 연이어 발생했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를 시작으로 미국 델타항공, 캐나다항공, 스페인 의류브랜드 자라, 프랑스 명품업체 샤넬, 이탈리아 명품업체 불가리, 미국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 등 다수의 외국기업이 중국 국가 표기 논란에 휩싸였다.

메리어트호텔 인터내셔널은 최근 VIP 고객을 대상으로 보낸 ‘메리어트 리워즈 프로그램’ 초청 이메일에서 ‘국가’ 선택 항목으로 중국 본토와 함께 홍콩·마카오·대만·티베트(중국명 시짱·西藏) 등을 독립된 국가로 분류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다른 기업들도 웹사이트에 대만·홍콩·티베트 등을 독립된 국가로 표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 델타항공, 스페인 자라, 이탈리아 불가리, 미국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이 웹사이트에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분류해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이번 논란은 메리어트 측의 이메일을 받은 중국 고객이 국가 표기 문제를 현지 언론에 제보하면서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메리어트 측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메리어트호텔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지역책임자는 “이번 우리 잘못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후속 조치를 즉시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10일 오전까지도 메리어트호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상의 잘못된 중국 국가 표기가 고쳐지지 않아 ‘무(無)성의 사과’라는 비난만 거세졌다. 이와 더불어 공식 웹사이트의 간체자 버전에만 ‘국가’가 ‘국가 및 지역(國家及地區)’으로 수정되고 번체자 버전에는 대만을 여전히 ‘국가’로 분류해 논란을 한층 더 심화시켰다.

중국 누리꾼들은 “홍콩, 마카오에 이어 티베트까지 독립된 국가로 표기했다. 이는 메리어트가 중국 국가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크게 분노했다. 일부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중국에 상처를 주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메리어트 호텔을 중국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써우후(搜狐)관광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그룹 산하 호텔 브랜드와 중국의 각 성(省)에 설립된 호텔 명단을 공개하며 ‘메리어트 보이콧’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런 격한 반응은 중국에서는 대만, 홍콩, 마카오, 특히 티베트를 독립된 국가로 분류하는 것을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에 위배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의 국가로, 합법적인 중국의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이다.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과 중화민국(中華民國)간의 정통성 문제를 포괄하는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문제에서 주로 거론된다.

중국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기초 아래에 대외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는 국가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이 독립된 국가로 주권을 내세우고 있어 ‘하나의 중국’은 정론보다는 중국 측의 ‘주장’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티베트와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은 모두 중국의 일부분이다. 이는 객관적인 사실이자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투자, 사업을 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동시에 반드시 중국 주권과 영토보존을 존중하고, 중국 법률 준수와 중국인의 민족 정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상하이(上海)공안국은 지난 10일 메리어트그룹 관계자를 소환해 문제 내용의 수정과 모든 웹사이트의 내용 점검을 요구하고, 해당 안건의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광주무 부처인 국가여유국도 즉각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상하이여유국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관련 부처에 협조를 구했다.

국가여유국은 “관광·숙박업은 관광업의 핵심 요소로 중국 관광업계 전체 이미지를 대변한다. 업계의 전체 웹사이트와 앱 정보이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중국의 각급(級) 관광지도부는 일일 모니터링 강화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의거해 엄격히 처벌하기로 했다.

메리어트의 국가 표기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사전 약속을 잡아 소환 조사 및 교육을 하는 ‘웨탄(約談)’을 외국기업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중국민항국도 델타항공 중국 책임자를 불러 국가 분류 수정을 요구하고, 조사결과 공표와 공개사과도 명령했다. 또 중국에서 항공노선을 운영하는 모든 외국 항공사들에 전면 조사를 벌이고 ‘중국 법규 준수’를 당부했다.

 

지난 11일 오후 6시부터 1주일 간 임시 폐쇄된 메리어트호텔 인터내셔널 중문 웹사이트. [사진=메리어트호텔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상하이시 인터넷정보판공실(互聯網信息辦公室, 사이버관리국)도 지난 11일 메리어트그룹 책임자를 불러 조사했고, 이날 오후 6시부터 메리어트의 공식 중문 웹사이트와 앱을 1주일 간 임시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 이와 더불어 자라와 메드트로닉에도 국가 표시 수정과 사과 성명 발표를 주문했다. 현재 메리어트호텔 인터내셔널의 중문사이트는 임시 폐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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