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출범] 신동빈 체제 ‘마침표’는 호텔롯데 상장·우량계열사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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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7-10-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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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지주 출범 남은 과제…8개 금융계열사 편입 등 난제, 일본기업 꼬리표 떼기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이 진행됐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롯데지주 사기 전달 세리모니를 하는 모습. 오른쪽은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사진=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가 2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커지게 됐다. 다만 한 차례 실패했던 호텔롯데의 재상장과 계열사 편입이 향후 과제로 남아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서울에서 롯데지주 출범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황각규 사장을 비롯해 롯데그룹 BU장 및 계열사 대표이사, 지주사 임직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출범식 기념사를 통해 “롯데지주의 출범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조해나갈 롯데의 비전을 알리는 시작”이라며 “향후 롯데그룹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신격호 총괄회장께서 이루신 업적 위에 뉴롯데가 세워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총괄회장님께서는 50년 전 ‘기업보국’이라는 신념으로 롯데를 세우셨고, 그를 바탕으로 우리는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아버지의 공을 기렸다. 이어 “지속적이고 선제적인 혁신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롯데를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지주 출범을 통해 그동안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분쟁이 잦았던 경영권 논란을 잠재우게 됐다. 한국 롯데계열사(27.2%)를 제외하고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0%에 달한다. 반면 앞서 롯데쇼핑 등 주식을 대량 처분한 신 부회장의 지분율은 0.3%에 불과하다.

◆한 차례 실패한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최대 과제

신 회장이 이처럼 경영권을 강화하게 됐지만, 롯데지주의 향후 과제도 만만찮다. 호텔롯데 상장이 최대 과제다. 앞서 호텔롯데는 지난해 경영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했으나 그룹 비리 관련 검찰 수사 등으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호텔롯데의 재상장이 중요한 이유는 롯데에 ‘일본 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게 하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00%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60%로 낮추는 게 롯데의 목표다. 그래야만 일본기업 꼬리표를 떼고, 신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도 커질 수 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4.5%에 불과한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광윤사(光潤社·고준샤)의 지분 28.1%를 보유한 대주주다.

만약 호텔롯데가 상장되지 않으면 롯데지주 출범에도 불구,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되기 힘들다. 호텔롯데는 현재 90여개의 국내외 롯데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며, 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롯데건설 등을 순환출자 형식으로 지배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롯데는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고리를 순차 해소해 현재 50개까지 줄였다. 지주사 체제로 완전 전환하면, 4개 회사가 상호 보유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순환출자 고리 대부분이 해소된다.

이에 황각규 롯데지주 신임 대표는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호텔 상장을 기대했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만약 (계획대로) 상장됐다면 주주가치는 많이 손상됐을 것”이라면서 “차라리 상장을 못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드 문제 등으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중장기적으론 호텔 상장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롯데지주의 출범 소식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원했던 지배구조 탄생이란 점에서 “출범 소식을 들으면 대단히 기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지난 2007년 일본롯데홀딩스를 출범하며 그 과정에서 일본롯데홀딩스와의 관계가 정리됐다”며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면 주주가치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지주, 중간금융지주 편입 난제

롯데지주는 이날 출범과 동시에 식품(9개사), 유통(18개사), 관광(1개사), 금융(8개사) 등 총 42개의 계열사를 편입했다. 해외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138개사로 늘어난다. 향후 롯데지주는 편입 및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 매입 등을 통해 화학·건설·제조부분 계열사를 추가해 총 70개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주사로 편입된 8개의 금융계열사다. 롯데그룹 측은 중간금융지주사 허용을 전제로 금융계열사를 편입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내 금융회사 지배가 금지돼 있어 롯데지주로 금융회사를 편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이봉철 롯데그룹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은 “일단은 중간금융지주사 허용을 기대하면서 금융계열사를 지주사 밑에 뒀다”면서 “만약 허용이 안 될 경우, 2년 내에 매각이나 분할합병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에서 자유로운 호텔롯데 등 지주회사 밖에 있는 그룹 계열사가 이들 금융계열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기업가치 끌어올릴 우량계열사 IPO도 난제

롯데지주 출범의 또 다른 숙제는 그룹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순수 지주회사로 출발한 롯데지주의 역할 자체가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이다.

롯데는 이를 위해 주요 우량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룹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정보통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패스트푸드 전문점 롯데리아, 국내 2위 멀티플렉스 영화관 롯데시네마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미 롯데는 지난달 롯데정보통신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사업부문의 물적 분할을 추진했다.

특히 롯데시네마는 롯데쇼핑에서 떼어내기로 결정,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상태다. 다만 롯데시네마는 지난 9월 1일부로 롯데쇼핑이 시네마사업 분리를 위해 제출한 현물출자금액이 고평가됐다며 법원의 ‘불인가 판정’을 받아 별도법인 작업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롯데는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기업을 우선상장 대상으로 정했다. 이봉철 부사장은 “과거 롯데쇼핑을 상장할 때 너무 비싸게 해 이 점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해서 투자자들과 우리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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