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필리핀, 中 고립 노린 '통화 스와프'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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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입력 2017-10-0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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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무성(財務省)이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엔화를 공급하는 신형 통화교환협정(통화 스와프)을 필리핀과 체결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은 금융위기 등 유사시에 필리핀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이 엔화를 조달할 수 있게 됐으며, 일본은 국제무역결제에서 엔화 활용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재무성 자료 ]


이날 각의 결정 후 아소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전망되는 가운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의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필리핀이 체결한 통화교환협정에 따라 일본은 금융위기시 필리핀에게 최대 12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를 공급한다. 향후 달러 기준이 아닌 엔화 기준으로도 인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통화 스와프를 필리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과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은행은 달러와 엔화 등 신용도가 높은 통화를 확보하려 한다. 이에 따라 엔화 기준의 무역결제를 위해 은행에 엔화 대출을 요청해도 현지 은행은 엔화 대출을 꺼리게 된다. 이럴 경우 무역결제에 문제가 발생해 위기가 확산될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일본 재무성은 필리핀 중앙은행을 경유해 엔화 자금이 부족한 현지 은행에 엔화를 대출하기로 했다. 엔화의 유동성이 높아지면 현지기업의 엔화 결제가 가능해진다. 거래관계에 있는 일본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계산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ASEAN 국가 간 신형 통화교환협정 체결이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과 필리핀이 이날 체결한 신형 통화교환협정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과 필리핀이 보유한 120억 달러를 달러뿐만 아니라 엔화로도 인출하게 됐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엔화를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엔화 결제가 늘어 아시아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유통할 수 있는 자금 중 국제통화기금(IMF)의 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을 기존의 30%에서 40%로 인상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모두 중국 위안화를 견제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일본 재무성 자료 사진 ]


지난해 12월 한·중·일 3국과 ASEAN 국가의 재무 관계자들이 모여 관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다국 간에 달러화를 융통하는 통화 방위망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개혁이 주제였다.

달러화를 대출한 국가는 자국 통화의 폭락을 막기 위한 환율개입에 이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총 2400억 달러 자금 중 IMF의 인증 없이는 30%인 720억 달러 밖에 대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당시 회의에서 일본 측은 이 비율을 4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러한 일본 측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당시 위안화 급락을 억제하기 위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등 환율개입을 실시한 중국은 달러 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했던 시기였다. 당시 중국은 다른 나라를 도울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ASEAN 국가도 40% 인상을 주장했지만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개혁은 보류됐다.

이에 일본은 양국 간 협정을 통해 30%에서 40%로 비율을 높여 나가는 차선책을 택했다. 필리핀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까지 협정을 체결하면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중국을 고립시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개혁에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이 예의주시하는 것은 공산당대회 이후의 중국 금융당국의 동향이다. 아시아 금융협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인민은행 총재 교체설이 퍼지고 있고, 중국은 당 대회 이후 좀 더 유연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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