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고 억지스러운 축하' 베이징의 수교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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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
입력 2017-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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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수교25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장수 주중대사가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자리를 빌려 한·중수교 25주년을 축하하며, 한·중관계의 무궁한 발전과 양국 국민의 행복을 기원한다." 23일 중국대외인민우호협회가 개최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식과 24일 주중한국대사관이 개최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측 주빈이 내놓은 공통된 축사다. 23일 기념식에서는 천주(陳竺)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그리고 24일 기념식에서는 완강(萬鋼)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축사를 했다. 천주는 위생부장 출신이며, 완강은 현직 과학기술부장이다. 두 인사의 공통점은 부국가급(부총리급) 인사이면서도 한국과의 인연이 별로 없고, 현재 한·중관계에 영향을 끼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 중국으로서는 고위직을 보내 한국의 체면을 살려줬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색된 한·중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는 전혀 내비치지 않은 셈이다. 때문에 두 인사의 축사는 억지스러웠고, 이틀에 걸쳐 이어진 기념식 행사장에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23일 중국 측이 마련한 기념행사는 행사 시작과 함께 귀빈 소개, 양국 국가 제창, 천주 부위원장과 김장수 주중 대사의 축사가 끝나자 바로 만찬에 들어가며 1시간 30분 동안 최대한 짧게 진행됐다. 수교 기념행사라는 훈훈한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24일 주중한국대사관이 개최한 행사는 비교적 다채로웠다. K-컬처그룹 '아양'의 공연과 전통 연희 '사자춤'의 한·중 합작 무대가 시연됐고, 가야금 산조와 발레리나 김주원의 공연이 펼쳐졌다. 하지만 중국 측 손님들과 우리 측 인사들 사이에는 과거와 같은 활발한 교류와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념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역시 "한·중관계가 냉각됐다", "교민사회 경기가 몹시 위축됐다",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의 고통이 크다"는 우울한 화제들로 대화를 이어갔다. 수교 25주년을 축하하는 즐거운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았다. 모두들 수교 25주년을 축하한다는 말을 했지만, 이는 '공허한 축하'나 다름없었다.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과 달리 우리 측은 풍성한 행사를 마련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24일 베이징 중국대반점에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식을 포함해 학술 및 경제 포럼, 투자 로드쇼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민감한 상황이지만 한·중 수교 25주년이라는 뜻깊은 계기를 잘 활용해 한·중 관계 회복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위해 이번 행사를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중 학계 심포지엄을 통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회고하고 건설적 협력을 모색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 등이 중심이 돼 준비한 한·중 경제인 포럼에서는 한·중 경제 협력의 성과와 과제, 미래 신산업에 대한 한·중 공동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코트라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중국 대기업 20여개사를 초청해 한국 부품업체 30여개사와 상담회를 진행했다. 또 중국 투자업체 50개사와 한국 로봇 관련 업체 10개사가 참여하는 한·중 로봇산업 투자유치 로드쇼도 펼쳐졌다. 이날 중국대반점에서는 전통주 및 홍삼 시음회, 화장품 홍보 부스 등이 운영됐으며, 사진전도 열렸다. 하지만 이들 행사에서도 중국 측 참석자 수가 많지 않아 예전의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한편 상하이총영사관도 이날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 유학생과 중국 대학생 12명으로 구성된 청년원정대의 한국 탐방 보고회 겸 해단식 △윤봉길 의사의 활동을 알리는 '매헌 홍보단' 위촉식 △상하이지역 아동복지원 방문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나 상하이시 정부 당국자의 공식 참석은 없었다. 당초 중국인들과 함께 루쉰(魯迅) 공원(옛 훙커우공원)에서 환경미화 활동을 벌이기로 했지만 결국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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