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홀대받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범정부기구 출범 後순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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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08-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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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부처와 업무충돌·옥상옥 우려…구성 자체가 스톱될 위기

  • 공정위 내부에 두는 안 유력…“이원화된 구조 바람직”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이학영 의원)의 범정부기구 출범이 정부의 후(後)순위 과제로 밀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능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을지로위의 대통령 직속기구 격상(국민을지로민생위 구성)을 포함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 부처와의 업무 충돌 등 옥상옥을 우려, 위원회 구성 자체가 스톱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을지로위의 대통령 직속 기구화는 정부의 100대 과제 중 23번째인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공정위)의 세부 내용에 포함됐다.

을지로위는 대리점 대상 갑질인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2013년 5월 출범했다. 이후 2014년 2월 당 상설위원회로 승격한 을지로위는 2015년 9월 당내 ‘을’(乙) 지원국 설치안을 가결한 뒤 이듬해 전국위로 승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9 대선 때 캠프 산하에 을지로민생본부를 설치하고 을지로위의 범정부기구화를 약속했다. 일종의 검찰과 경찰, 공정위, 국세청, 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형태다. 

당·정 내부에선 공정위 내부 기업집단국 기능 강화로 을지로위 기능을 대체하거나, 범정부기구가 아닌 차·포를 뗀 채 형식상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할 경우 ‘법제처 심의→차관회의→국무회의→공포’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3개월이 소요, ‘지각 출범’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1년차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범정부기구→슬림화→논의 無’…후퇴하는 을지로위

16일 여권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을지로위는 정부 출범 직후 거대한 범정부기구화에서 ‘조직 슬림화’로 방침을 전환했다가 최근에는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애초 범정부기구화 구성 논의 때까지만 해도 을지로위에 ‘조사권’을 부여,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거대 공룡조직으로 출범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을지로위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데다, 문 대통령이 공약사항인 만큼 출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9 대선 때 “을지로위원회를 격상해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벌·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해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 개선과 함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상법 개정 등의 주도를 예고한 셈이다. 을지로위를 놓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구냐, 슈퍼 갑(甲)이냐’ 논쟁도 이런 까닭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재벌개혁 전도사’인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위 수장으로 간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그간 ‘재벌·대기업 불공정 행위 패싱’으로 일관했던 공정위와 검찰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을지로위 입지가 축소됐다.

국정기획위의에 참여한 여당 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논의 단계부터) 을지로위 성격과 위상 등이 많이 완화됐다”며 “공정위 내부에 두는 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가 지난달 19일 을지로위의 대통령 기구 격상을 발표하면서도 정확한 위상과 역할 등은 명시되지 않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이학영 의원)의 범정부기구 출범이 정부의 후(後)순위 과제로 밀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능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을지로위의 대통령 직속기구 격상(국민을지로민생위 구성)을 포함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 부처와의 업무 충돌 등 옥상옥을 우려, 위원회 구성 자체가 스톱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기업 옥죄기 논란’ 을지로위 내부서도 우려 제기

반면, 공정위는 지난 14일 구조사국에 버금가는 기업집단국 신설안을 담은 ‘공정위와 소속기관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달께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기업집단국이 신설된다.

을지위가 범정부기구로 격상할 경우 공정위와의 역할 중첩이 불가피하게 된다. 을지로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당 내부에서도 공정위와의 역할 충돌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라며 “정부 기구와 겹치지 않게 당의 을지로위가 따로 있는 이원화된 구조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추진 얘기는 못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력한 인사로 꼽힌 한 교수는 “을지로위는 (당분간 기구 구성을) 안 하는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나 정부로부터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청와대와 정부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 출범의 가이드라인을 다섯 개로 한정하면서 을지로위 출범이 사실상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BH(청와대)와 관련 논의를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대관 업무를 맡은 A기업 관계자는 “을지로위의 출범이 지지부진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을지로위와는 달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는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4차산업혁명위’는 늦어도 내달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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