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기업인 '호프 미팅' "경제살리기보다 중요한 과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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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07-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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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기업인들과 수제 맥주 마시며 웃음꽃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임종석 비서실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반장식 일자리수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과의 첫 만남 자리에서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며, 모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상춘재 앞 야외 테이블에서 참석한 주요 기업인들과 맥주잔을 나누며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들을 초청하는 식사들을 해왔는데 정부로서는 경제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노력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27일과 28일 양 이틀간 열리는 간담회 중 첫날인 이날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 과거 만남을 보면 한번에 많은 분들을 하다보니까, 만남 자체가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경제인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충분히 듣고 싶어서 만남을 주어진 각본도 없고, 정해진 주제도 없고, 시간도 제한이 없고, 자료도 없고,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자는 뜻에서 마련했는데, 바쁜 시간에도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다들 건강하십시오"라며 "환영한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한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권오준 포스코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기업인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친밀감을 표시했다. 특히 각 기업인에 따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듯한 '맞춤형' 질문으로 거리감을 좁혔다.

문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에게 "번번이 가교 역할 해줘 감사하다. 지난주에 손자 봤다고 들었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문 대통령은 "양궁협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느냐"고 하자, 정 부회장은 "남녀 혼성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수출이)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떠냐"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기회를 살려서 도약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아버님이 원래 오시려 했는데 몸살 기운이 있으셔서 다음에"라고도 했다. 당초 현대차 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려 했다가 간담회 방식과 타기업 참석자들의 면면 등을 고려해 아들인 정 부회장으로 참석자를 변경했다.

문 대통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다"고 관심을 표하자, 금 부회장은 "전에는 고전했는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태양광 여건이 어떠냐"고 하자 금 부회장은 "5%가 안 되는데 앞으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 자연조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입지 조건을 좀 완화해 주시면"이라고 살짝 '민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손경식 CJ 회장에게는 “지난번 미국 순방에도 동행하셨고, 현역에서 거의 종행무진 활약하고 계신 모습이 아주 보기 좋으시다”며 “오늘 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도 가장 어른이신데 앞으로 경제계에서 맏형 역할을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 기업인들과 얘기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문 대통령, 구본준 LG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 회장에겐 "야구선수 좀 하셨다고 하더라.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 두산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어떻냐"고 챙기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금 3등 하고 있는데 부상 선수가 돌아와서 찍고 올라가야 하는데"라고 다소 아쉬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듣던 주변의 한 참석자가 "기아 여기 있습니다. 기아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구본준 LG 부회장을 보더니 대뜸 "피자 CEO라는 별명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구 부회장이 소통 강화를 위해 2011∼2014년 직원들에게 피자를 선물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피자 케이스에 격려 메시지를 남기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로 배달해 이 기간 피자를 받은 LG전자 직원은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전 세계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에 있는 피자가 다 동난다. 공장 같은 데는 몇천 명이 있으니 이틀 전부터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직원 단합과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쪽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 텐데 괜찮으냐"고 묻자, 권 회장은 "미국에 130만t 정도 보내는데 직접 수출하는 것과 2차 가공해 가는 것이 거의 비슷한 양이다. 2차 가공해서 가는 것은 수출 덤핑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셰일 가스 인더스트리가 이제 필요가 많고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안 줄었는데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 텐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권 회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님도 마찬가지고 부총리님도 그렇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서비스가 그런 서비스"라며 "그런 고충은 앞장서서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이날 중국 배터리 사업의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구 부회장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하는데, 중국이 일본 제품은 오케이, 한국거는 안된다고 한다”며 “중국 로컬 경쟁력 떨어지니까 한국업체는 못들어오게 명문화 시켰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배터리는 LG와 삼성이 만들지만 핵심 부품인 양음극재는 우리가 만들고 있다”며 “새로 사업을 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동안 차세대 자동차를 하면서 수소차 쪽으로 비중을 뒀다”며 “전기차 육성에 집중하면 배터리 기술도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한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테슬라(자동차) 1호 고객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얼리어답터로 테슬라 1호 국내 고객인 정 부회장은 “테슬라 1호 매장을 유치했고, 잘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답했다. '타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번 타본 적이 있고, 한번 충전으로 380㎞를 간다”고 설명했다. XML:Y

정 부회장은 사드 충격을 염려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질문에 “저희(신세계)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 없다”며 “경쟁사(롯데)는 높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현황을 묻자 “신세계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사드 충격이) 전혀 완화될 기미가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또다시 경영 현황을 묻자, 정 부회장은 “연초 경영계획을 긴축으로 잡았는데 (최근) 소비가 살아났다”며 “여름 들어 더워지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호프 환담을 마치면서 “기업이 잘 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며 “국민 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하여”라며 건배사를 외쳤고, 다같이 “위하여”라며 큰 소리로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참석 기업인들은 만찬 장소인 상춘재 안으로 이동했다.

간담회 좌석은 사전에 배정돼서 문 대통령의 좌측에는 정의선 부회장, 우측에는 박용만 회장이 앉았고 맞은 편에는 손경식 회장이 앉았다.

청와대 내 '분위기 메이커'로 알려진 장하성 정책실장은 오뚜기가 간담회에 참석한 것을 소재로 삼아 "오늘 저녁은 오뚜기 라면입니까"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고 한다.

박수현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별도의 발언 순서도 없었을 정도로 짜인 것 없이 기업인이 말하고 나면 대통령이 응답도 하고 물어보는 토론 형태로 아주 자유스러운 대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기업인들은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좋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문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주로 경청하며 기업인들의 활동에 필요한 점이 있다면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청와대는 저녁 메뉴로 미역과 조개, 낙지를 넣은 비빔밥을 준비했다. 여기에는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뤄내는 공존의 미학과 미감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손경식 회장은 "오늘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다'고 느끼고 간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혹시 말하지 못한 게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앞으로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말로 다음을 기약한 채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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