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에 군사·적십자회담 개최 제의…남북관계 개선 '대전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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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07-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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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분계선 긴장 완화 초점…북한, 군사회담 응해올 가능성 있어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진 기자 =문재인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에 공식 회담을 제안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17일 북한에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이는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북한의 수용 여부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가 대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서도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북한이 우리의 회담 제안에 응한다면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역시 2015년 10월 이후 1년 9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제안대로 10월 4일에 열린다면 2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북한은 과거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여러 차례 제의한 만큼 국방부의 이번 제의를 받을 가능성이 다른 회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문 대통령의 제의에 대한 첫 반응으로 내놓은 노동신문 논평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 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군사적 긴장완화에 우선적인 관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만약 남북군사회담이 개최되면 전방에서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상호 비방 전단 살포 중단, 서해지구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재가동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북측이 미국 주도의 고강도 대북제재 추진에 대한 반발로 응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포괄적인 차원의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의미에서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을 우선 요구하는 등 역제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남북간 입장차만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적대행위의 범위'에 관한 질문에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보다는 북한의 반응들을 보면서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저희는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해 2월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반발한 북한이 일방적으로 단절한 서해 군 통신선은 산불로 인해 물리적으로 끊긴 동해 군 통신선과는 달리 북한이 가동할 경우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상태다. 북한은 작년 5월 제7차 당 대회 직후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하는 인민무력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낼 때 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에 대해선 북한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한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펴왔다.

북한은 15일 논평에서도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탈북 여종업원과 김련희씨 송환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정부는 탈북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귀순했고 우리 국민인 김련희씨를 북으로 돌려보낼 법적인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이를 계속 문제 삼으면 설득할 묘수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우리 정부는 북한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과 미국 국민의 송환 및 북한으로의 귀환을 희망하는 탈북자 송환 문제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또 “적십자회담이 개최되면 우선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더라도 이후 회담에서는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와 주소 확인을 위한 북한의 협조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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