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태양광·부동산·스포츠… 中, 막강 자본 앞세워 세계시장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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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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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머니’ 세상을 흔들다

  • 지난해 해외투자 206조원으로 세계 2위… 일대일로·중국몽도 자금력이 바탕

  • 20대 인터넷 기업 중 7개·美 부동산 매물 '싹쓸이'… 호주선 중국 자금 경계령

[중국 화폐 위안화]


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A Year Without “MADE IN CHINA”(중국산 없이 1년 살아보기)』. 미국인 전직 기자가 2007년에 쓴 책 한 권이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인 사라 본지오르니는 책 제목처럼 1년간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하며 생활했다. 1년 후 그녀가 내린 결론은 ‘중국산 제품 없이 살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중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였다.

10년 전에 ‘차이나 제품’을 피할 수 없었다면(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지금은 ‘차이나 머니’의 공세를 피할 수 없다. 분야도 전방위다.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의 파상공세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한 국가의 힘은 경제력에서 나온다. 경제력의 진수는 원조다.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다. 투자의 개념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돕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원조도 투자도 불가능하다. 돈이 없는 나라, 경제력이 약한 나라가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2014년 11월 중국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제창한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이다.

일대(One Belt)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뻗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일로(One Road)는 동남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말한다. 현재 중국과 일대일로 협약을 맺은 국가와 국제기구는 모두 68개에 이른다. 일대일로가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인 인식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지구 전체 인구의 63%에 해당하는 44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이 경제권의 GDP는 전세계 GDP의 29%인 21조 달러에 달한다.

시 주석이 제창한 또 하나의 큰 그림은 중국몽(夢)이다. ‘중국의 꿈’이다.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으로 불리는 아편전쟁(1840~1860년)으로 인해 ‘종이호랑이’가 되어 침몰하기 전까지 전세계를 호령하는 대제국이었던 중국의 전성기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대일로든 중국몽이든 자금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해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지 국민들도 일대일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벨라루스 건설업자인 가오웬(高原)은 “최근 중국과 벨라루스 관계의 빠른 발전에 깊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양국지도자들의 빈번한 상호방문과 일련의 경제무역협정으로 주요 합작 프로젝트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유라시아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나라다. 일대일로가 유럽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길목에 있다.

차이나 머니는 해외 기업들을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키고 있다. M&A(인수합병)를 통해서다. 중국의 해외 투자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7일 발표한 ‘세계 투자 보고서(2017)’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보다 44% 급증한 1830억 달러(한화 약 206조원)를 해외에 투자했다. 세계 2위 규모다. 2015년 5위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1위를 맹추격하고 있다. 1위는 299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한 미국이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칭다오 하이얼은 지난해 1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54억 달러(약 6조 5490억원)에 인수했다. 7개월 후인 8월에는 중국의 차량공유서비스 1위 기업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미국 우버의 중국법인 우버차이나를 인수했다. 중국대륙에 성조기를 꽂으려다 오히려 참패를 당한 셈이다. 이처럼 중국 자본은 식성 좋은 공룡처럼 글로벌 기업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지금 거론되는 중국의 각종 굴기(崛起)도 따지고 보면 ‘차이나 머니의 힘’이다. AI(인공지능) 굴기, 과학 굴기, 우주 굴기, 해양 굴기, 항공 굴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만들어낸 굴기들이다. 목표를 세워 돈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만 하면 언제든 또 하나의 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G2로서의 면모는 굴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이 AI 분야 강국이 된 것은 돈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AI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두는 4년 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딥러닝 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했다.

텐센트에서 개발한 바둑 AI 프로그램 ‘줴이(絶藝)’가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일본의 ‘딥젠고’를 누르고 우승한 것도 과감한 예산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해 설립된 텐센트 AI 실험실에는 현재 50여명의 세계 유수대학 박사 출신 연구원들이 포진해 있으며,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있는 시애틀에도 연구실을 세우는 등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견줄 과학 역량을 갖추게 된 것도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2013~2015년에만 40%가 늘었다.

공짜는 없는 법이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상품에서 중국이 독주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의 경쟁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1위를 한 품목 수는 1762개였다. 전년 1634에 비해 128개나 늘었다. 2015년 전체 수출품목 557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2위 독일(638개)과 3위 미국(607개)은 중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은 고작 68개에 그쳤다. 전년에 비해 1개 늘었다.

중국이 자체 제작한 항공모함(산둥호‧山東號)을 가지게 된 것도, 현재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세계 시장을 절반씩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독과점 산업인 중대형 여객기 분야에서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과 비슷한 174석의 중형기(코맥 C919)를 독자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자금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이제 세계 20대 인터넷 기업 중 7곳이 자국 기업일 정도로 ‘IT 강국’ 반열에 올랐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1~20위 순위로 보면 20위인 야후재팬을 빼면 1~19위까지 모두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기업뿐이다.

중국은 태양광 에너지 시장 강국이기도 하다. 세계 10대 솔라셀 제조업체 중 2~9위가 중국 기업이다. 세계 1위의 태양광 셀·모듈 제조업체는 독일의 한화큐셀이다.

중국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세계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부동산시장에서도 차이나 머니는 ‘큰 손’이다. ‘부동산 사냥’에 나선 차이나 머니는 한때 LA와 뉴욕 등 미국 내 주요도시의 부동산을 싹쓸이하듯 사들였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자금이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1년동안 미국에서 구매한 주택은 2만9000채로 270억달러어치에 달했다. 이후에 구입한 주택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먹잇감을 찾는 차이나 머니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지 않는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부동산기업 ‘중위즈디(中渝置地)
’는 지난 5월 11억3500만 파운드(약 101억 위안·1조6500억원)에 영국 런던 금융가의 랜드마크인 최고층(46층) 빌딩 ‘레던홀’을 사들였다. 중국 자본이 영국에서 사들인 부동산 중 가장 비싼 건물이다. 차이나 머니가 지난해 런던에서 사들인 부동산 규모는 30억 파운드(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부동산 재벌들이 인도로 몰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달 중국 최고부호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이끄는 부동산 개발업체 다롄완다그룹이 인도 북부에 위치한 하리아나 주 당국과 지난해 1월 100억 달러 규모 신도시 건설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또 푸싱그룹은 지난해 9월 부동산 사모펀드를 통해 인도 시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차이나 머니의 위력은 거세다. ‘축구 굴기’를 향한 쾌속 질주다. 중국은 이탈리아 축구 명문 AC밀란과 인터밀란을 사들였다. 잉글랜드 2부 리그 팀인 울버 햄프턴과 애스턴 빌라, 버밍엄 시티도 뭉칫돈을 들여 집어삼켰다.

최근에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2부 리그 우승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24년 전통의 뉴캐슬은 지난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8위에 그쳐 2부 리그로 강등됐다가 지난 시즌 우승하며 한 시즌 만에 EPL 복귀를 앞두고 있다. 차이나 머니가 뉴캐슬 인수에 성공하면 뉴캐슬은 EPL 구단 가운데 웨스트브롬에 이어 두 번째 중국 소유 구단이 된다.

e스포츠 분야에서도 중국은 자금력을 앞세워 판을 흔들고 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스포츠가 ‘2017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AIMAG)’의 e스포츠부문 협력사로 선정되면서 개최 여건이 나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대회를 강행키로 하는가 하면 세부 종목도 중국에 유리한 게임을 포함시키는 등 대회가 파행 운영되고 있다. 이에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지난달 말 성명을 발표하고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는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대회로, 당구·볼링·댄스스포츠·킥복싱·무에타이·바둑·체스 등 실내 스포츠와 무술 종목을 겨룬다. 올해 대회는 9월 17일부터 27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시가바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국제화 및 정식 스포츠 등록을 주도해 온 한국이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차이나 머니의 공세는 정치권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돈은 권력을 좇고 권력은 돈을 사랑한다.

호주 미디어그룹인 페어팩스미디어와 호주 ABC 방송은 ASIO 보고서를 분석해 자유당과 노동당이 2015년 당시까지 중국 억만장자인 황시안모(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부동산회사 유후그룹의 회장)와 차우착윙으로부터 670만호주 달러(약 56억7000만원)를 수령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6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자국 정치권에 ‘차이나 머니’ 경계령을 내렸다. 차이나 머니의 정치권 유입이 정치적 정당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돈이 정승인 시대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시대가 됐다. 하물며 개인이 이럴진대 한 국가라면, 그것도 미국과 함께 G2(Group of 2)로 불리는 중국 자본, ‘차이나 머니’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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