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에 부가세 대리납부도 현실화 … 카드사 '집단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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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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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정부가 일부 업종 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를 신용카드사가 대리납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드업계가 또다시 ‘멘붕’에 빠졌다.

새 정부 들어서 가맹점수수료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데 부가가치세 대리납부라는 폭탄까지 떠안으면서 속앓이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악재 탓에 이대로라면 카드회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최근 부가가치세 징수방식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신용카드사가 이를 대리납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제도에선 소비자가 물건값을 지불할 때 가격에 포함된 10%가량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면 사업자가 이를 보관하다가 일정 기간에 국세청에 자진신고·납부한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탈루가 발생한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납세자가 내야할 부가가치세와 실제 낸 세금의 차이는 해마다 10조원 이상이다. 만약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대납하면 가맹점 수수료처럼 결제 단계에서 원천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탈루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2013년부터 부가가치세 대리납부를 주장해왔으나 기재부의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여당이 관련 제도에 긍정적 입장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공약한 바 있어 급물살을 탄다.

카드업계는 강력 반발한다. 민간회사가 국세 징수 대리납부와 관련된 부담을 모두 떠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드사가 구축한 결제 인프라를 정부가 활용하는 것도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가맹점 사이에서 ‘反카드’ 정서가 확산되고,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것도 카드사로서는 걱정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연간 5500억원의 수익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금 대리납부까지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며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추가적인 전산 시스템과 인력 확충은 카드사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중소가맹점의 경우 부가세를 원천징수하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할인혜택을 주고 현금결제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갈등·분쟁이 급증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징수실적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신용카드 결제대금 연체에 대한 위험은 (회사가) 고스란히 부담해 카드사가 부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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