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고객 신뢰는 뒷전인 생명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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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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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보험이란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손실에 대비하거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수의 경제주체가 미리 공동기금을 구성하는 것을 일컫는다. 재난을 당했을 때 이를 지급함으로써 개개 피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호부조 성격의 경제제도이다.

이 같은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중시돼 왔다. 두레·품앗이 등 상호부조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발전해왔고, 현재까지도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보험이 한국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국내 보험 시장에서 상호부조의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개개 구성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선이지만, 구성원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소비자들의 안위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한 차례 시끄러웠던 자살보험금 논란이다.

자살보험금 논란으로 생명보험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가 내려지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사실상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 이유는 소비자를 위함이 아니라 딴 데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생보 주요 3사는 지난해부터 얼마든지 가입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소송을 벌여가며 시간을 끌어왔다.

결국 금감원이 대표이사의 연임을 금지시키고, 신사업 진출에 제동을 거는 등 예상치 못한 중징계를 내리자 그제서야 백기를 들었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선택이었다. 이 때문에 뒤늦게 “소비자 신뢰를 위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보험사들의 설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자살보험금에 이어 연금보험도 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자산운용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높았지만 외환위기로 생보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가입 시 예정이율은 7~8%였으나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지면서 5% 정도가 돼 이자율차 배당률이 마이너스가 됐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은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과거에 판매한 유배당 연금보험 상품의 배당금 적립 방식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율차 배당률의 취지가 가산금리이므로 마이너스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생보사들은 기존 방식을 적용해 5% 이율을 적용했다. 보험사들은 약관에 따라 단순 계산해왔던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생보사들은 처음 예정된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는 이미 또 한번 흔들리고 난 뒤다. 계속해서 생보사들의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서로 돕는 관행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해 온 사회적인 풍속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뜻하지 않던 사고나 재난을 당했을 때 공동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상호부조의 관행이 국가적으로 장려되고, 또한 사회적으로 널리 시행되어 왔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상호부조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져버리는 행위는 보험사가 가져야 할 기본 취지를 망각하는 것이다.

보험사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에게 계속해 꼼수를 부린다면,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보험사에 맡길 소비자는 하나둘 사라져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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