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LG전자···중저가폰 시장 확대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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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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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전자, 잇단 MC부문 적자 대안

  • 팬택 자체 기술력·기획력 등 공유

  • 생산비 줄여 중국 저가폰과 격돌

  • ‘체력’ 크게 떨어진 팬택과의 제휴

  • 실제 협업 효과엔 회의적 시각도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LG전자와 팬택의 제휴는 지난 17년간 진행되어 온 양사 간 대립 관계를 끊고 중저가폰 사업 역량 강화라는 미래를 향해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기업인 삼성전자, 미국 애플, 화웨이와 오포, 비포 등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 속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본 두 업체는 좁은 내수시장에서 으르렁대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힘을 합쳐 대응해 나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제휴는 LG전자가 팬택을 인수하거나 팬택이 LG전자의 중저가폰 생산 사업을 인수하는 것도 대상 방안으로 꼽혀, 제휴의 범위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

다만, 전성기에 비해 체력이 떨어져 더 이상 경쟁사라고 보기 어려운 팬택과의 제휴로 LG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LG전자 또한 스마트폰 사업에서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과의 협업이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점은 ‘작아도 의미있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LG전자, 중저가폰 사업 수익 극대화 과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팬택과의 제휴를 통해 변화가 기대되는 점은 중저가폰 사업에서 외주공급을 도입하는가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속한 모바일커뮤니케이션(MV) 사업부문의 적자가 이어지자 LG전자 스마트폰 제조사업 부문 분사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나 회사 측은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못 박아왔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공장 위주의 중저가폰 생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당 판매가격 9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 폰은 마진율 산정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판매가격 40만원대의 중저가폰은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 물량을 확보하거나, 부품 등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야만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국내 생산체제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공세를 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맞서기가 버겁다.

이에 LG전자는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지역별로 다양한 플랫폼으로 생산되던 제품을 ‘X’와 ‘K’ 시리즈 등으로 통일, 중저가폰 생산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했다. 올해도 두 시리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출시 신제품 개발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빨리 내놓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전략 또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LG전자는 외주공급을 비롯한 다양한 중저가폰 사업 발전방안을 모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방안 중 하나가 팬택과의 제휴다. 중국 등 해외업체들보다 국내업체인 팬택과 손을 잡는 것은 국가이익을 우선한다는 LG가 추구하는 기업정신에도 맞는 것이다.

◆팬택, 제품 기획력 우수, 일본도 인정한 품질 경쟁력
팬택은 현재 상황이 어렵지만, 2000년대부터 LG전자와 국내 휴대전화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만큼 ‘국내 휴대전화 산업 3사 체제’의 한 축을 구성해왔다. 특히, 양사는 인력 및 기술 유출, 제품 콘셉트, 유통 등에서 갈등을 지속하며 라이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휴대전화 산업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한 2010년대 들어 팬택은 먼저 이 시장에 진출해 2011년, 2012년 연속 3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2위, 전 세계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에서는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팬택이 비록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력에서 글로벌 대기업에 밀렸지만 제품의 기획과 성능, 품질에 있어서는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과거 피처폰 때부터 시작해 베가 시리즈나 스카이 아임백까지 팬택의 제품 콘셉트와 혁신성은 LG전자 등에 결코 뒤지지 않았고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했다”면서 “스카이 아임백도 마케팅 자금을 좀 더 동원했다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LG전자도 팬택의 이러한 제품 기획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틀을 깰 신개념 제품을 팬택이 개발한다면 중저가 라인업 확대에 도움이 되며,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기술과 특허 등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 일본 이동통신사들도 인정한 팬택의 품질관리 능력도 매력적이다.

전직 팬택 관계자는 “팬택은 과거에 가장 활발하게 일본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했는데, 200여명의 일본 이통사 전문가들이 진행한 제품 품질 검사를 통과했을 만큼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했다”면서 “이러한 노하우가 지금도 남아 팬택은 품질을 생명과도 같이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업계 “올 하반기 결과 도출 가능성 높아”
이에 대해 LG전자와 팬택 모두 제휴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중저가폰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분사 등 생산구조의 변화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고, 팬택 측도 “회사 정상화를 위한 해외사업 추진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서 (LG전자와의)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력사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양사 최고경영진들 사이에서 논의가 되고 있으며,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양사 간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개발 일정상 지금 합의가 됐다고 해도 올해 결과물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이번 논의는 내년 이후를 노린 중장기적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합의가 이뤄지면 조직 통폐합 등의 과정을 통해 양사가 참여하는 제품 개발 로드맵을 작성하고 내년 초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한 부품 수급 계획을 통보한 뒤 하반기 정도에는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팬택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동남아시아 지역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조인트벤처가 설립되어 현지 아웃소싱 스마트폰 생산 체제를 갖추면, 이를 통해 팬택은 ‘LG’ 브랜드를 단 물량을 외주생산해 LG전자에 공급할 수 있다. 외주 생산 때에는 부품의 글로벌 조달과 생산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LG전자도 팬택으로부터 공급받은 저렴한 가격의 중저가폰을 국내외에 판매하면 중국산 제품 등과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제조기반을 잃은 팬택이 빠른 시일 안에 자체 생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조인트벤처 등을 통해 생산 네트워크를 갖춘다면 LG전자와의 제휴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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