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수시 축소에 왜 반발하나?막대한 재량권ㆍ불투명성 축소,수험생 선택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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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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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선 주자들의 수시 축소 공약에 대해 대학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말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2017학년도 대입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 2016.11.20 hama@yna.co.kr/2016-11-20 13:17:51/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주요 대선 주자들이 대입에서의 수시 축소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자 주요 대학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에 대해 대입에서 대학교들의 막대한 재량권과 불투명성이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ㆍ학사 특혜 부정으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구조적 불평등과 부정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이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해 촛불집회에서 일제히 규탄했을 당시에도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ㆍ학사 특혜 부정에 대해선 거의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던 대학들이 주요 대선 주자들의 수시 축소 공약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

대학들은 수시가 정시보다 일반고ㆍ지방 출신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것을 근거로 수시 축소에 반발한다.

하지만 수시에선 대입 전형에서 대학들에 재량권과 불투명성이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되고 대학들이 수험생들에게 절대 ‘갑’으로 군림할 수 있지만 정시에선 각 대학들의 재량권과 불투명성이 대폭 축소되고 수험생들의 대학교 선택권이 대폭 강화된다.

대입에서 수시는 한 마디로 말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외 다른 여러 전형 요소로 학생들을 선발하게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전형 종류도 수천 가지로 엄청나게 복잡해 전형 종류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서도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들은 수시 전형에선 ‘고교등급제’ 등을 마음대로 시행할 수 있다. 아니 고교등급제 외에도 기여입학제나 부정 입학도 얼마든지 ‘합법적인 형식’으로 할 수 있다. 나중에 이런 것들이 드러나도 “성적순으로 획일적으로 줄 세워 학생들을 뽑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성적은 좀 부족했지만 잠재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했다”는 등 그럴 듯한 말로 합리화하고 은폐할 수 있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최근의 이화여대 정유라 부정 입학이다.

수시에선 각 대학들이 수험생들에게 절대 ‘갑’으로 군림할 수 있다. 대학마다 전형 기준이 다르고 전형 종류도 수천 가지이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 1등도 불합격할 수 있는 것이 수시 전형이다. 수험생들은 각 대학의 전형 기준에 맞게 스펙 등을 준비해야 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 수시에선 재수해 더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도 매우 어렵다. 재수해서 더 공부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는 재수해도 바꿀 수가 없기 때문. 이에 따라 대학들은 자신들에게 충성스러운 수험생을 선발할 수 있고 수험생들에게 절대 ‘갑’으로 군림할 수 있다. 즉 수시는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하고 정시는 가능하다.

 반면 정시는 대부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순으로 신입생들을 선발한다. 이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만 높은 점수를 얻으면 여러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입 전형에서 불투명성과 대학교들의 재량권이 대폭 축소되고 각 대학교들은 지속적으로 여러 대학교에 합격한 수험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노력과 경쟁을 해야 한다.

 정시는 재수해서 더 좋은 대학교에 가기도 수시에 비해 매우 쉽다. 재수하는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 많이 올리면 얼마든지 더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다. 대학들이 밝힌 바대로 자퇴나 휴학 등 중도탈락률이 정시 출신 학생들의 경우 평균보다 두배 정도 높은 것도 수시보다 정시가 재수해서 더 좋은 대학교에 가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즉 대입제도가 정시 위주로 바뀌면 대학교들은 여러 대학교에 합격한 수험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재학생들이 중도에 재수를 결심하지 않도록 등록금을 낮추고 장학금을 확충하고 학생들을 위한 시설 투자를 많이 하는 등의 노력을 지금보다 몇배는 더 해야 한다. 사학 비리 등을 저지른 대학교들은 신입생을 유치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각 대학들의 자발적인 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 시설 투자 확대, 비리 방지 등을 촉진시키고 그 혜택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1000억원으로 전년 17조8000억원에 비해 2000억원(1.3%) 늘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 7조7000억원(2.9% 증가), 중학교 4조8000억원(8.2% 감소), 고등학교 5조5000억원(8.7% 증가)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가 사교육비 감소에는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안선회 중부대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시는 학생의 최종합격에 대한 선택권이 학교에 있지만 정시는 사실상 학교가 아니라 학생이 지니고 있다.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수능 학업성취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실 수시든, 정시든 어떠한 대입 제도에서도 고소득층 집안의 학생들이 저소득층 집안의 학생들보다 유리하다”며 “그러나 정시의 경우 설사 합격자 중에 고소득층 집안의 학생들이 좀 더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 학생들이 수능 시험 성적이 높기 때문인데 이는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는 원칙에 의해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수시의 경우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에서와 같이 최소한의 기회의 평등조차 파괴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므로 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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