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大母’ 홍라희 관장 퇴진 “미술계 도약이끈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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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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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삼성미술관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라이온즈의 야구경기를 관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6일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에서 전격 사퇴한 홍라희 관장은 ‘범 삼성가’를 이끌어 온 대모(大母)이자 한국 미술계를 한 단계 도약시킨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른바 ‘재벌 미술관장’으로는 유일하게 미대 출신이자, 대학 재학 시절인 1965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전신)에서 입선하는 등 미술가로서 본연의 재능을 갖춘 인사다.

어릴 적부터 미술가의 꿈을 키워왔으나 이건희 회장과의 결혼으로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으나 삼성미술관 관장을 맡아 간접적으로나마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미술품 애호가였던 시아버지 호암 이병철 회장은 홍 관장을 일찌감치 미술관장으로 점찍어놓고 트레이닝을 시켰다고 한다. 이를 통해 홍 관장은 미술에 대한 안목을 체계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었다.

특히 1990년대 말 한국 미술계에 미니멀리즘 바람이 일어났을 때, 미술계 인사들은 “서구에서 1970년대에 유행한 미니멀리즘이 지금 국내에서 유행하는 것은 순전히 홍 관장이 미니멀리즘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을 만큼, 그가 국내 미술계에서 갖고 있던 위상은 막강했다.

홍 관장은 백남준의 뉴욕 구겐하임 전시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했고, 로뎅의 작품을 상설 전시할 수 있는 로뎅 갤러리를 세계에서 열 번째로 여는 등 국내 미술관 문화 발달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주창한 '디자인 경영'이 그룹에 정착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삼성디자인연구원(IDS)이나 디자인 교육기관인 SADI 등을 설립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는 남다른 패션감각을 살려 마음에 드는 옷을 산 뒤에는 그 디자인을 분석해 디자인실에 조언하기도 하는 등 많은 애정을 보여왔다. 골프의류 ‘아스트라’가 나왔을 때는 직접 골프모자의 디자인을 제안해 ‘홍라희 캡’이라는 별칭이 붙은 모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2014년 리움과 광주비엔날레가 공동 주최한 아트포럼에 참석, “지금 세계의 미술기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고민하며 새로운 예술경험을 대중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미술계는 문화외교의 장이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신중하고 소탈한 성격의 홍 관장은 삼성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상속법 개정으로 이건희 회장의 사후재산 가운데 66%를 상속받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그룹 후계구도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로도 꼽혔다. 하지만 홍 관장 자신은 이런 세간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집안의 평화를 지키는 데 중점을 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던 그가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2014년 남편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면서부터다. 병간호에 전념하던 홍 관장은 이듬해 5월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고, 그해 7월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후계작업이 본격화되자 되도록 자신을 낮추며 아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홍 관장은 삼성그룹과 CJ그룹간 갈등의 여파로 구속 기소된 후 병세가 악화된 장손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며, 삼성가 집안의 대소사에 남편을 대신해 참석하며 범 삼성가 집안간 인연의 끈을 잇는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의 화합과 미술계 발전에 공헌해 온 홍 관장의 퇴진은 남편의 와병과 아들의 구속 등의 충격으로 심신이 지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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