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로 봉인된 이재용 부회장, 삼성 경영 차질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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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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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그룹이 창립 79년 만에 첫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되면서 경영활동도 큰 시련을 맞게 됐다.

17일 새벽 법원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일말의 희망이 무너졌다며 허탈해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구치소에서 수의(囚衣)를 입고 대기하고 있던 이 부회장이 발표 후 감옥에 수감됐다는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사무실에는 늦은 밤에도 불이 켜져 있었고, 미래전략실 임직원 200여명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은 계속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발표 직후 비상 대책 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반삼성 여론 압박 극복 못해” 글로벌 경영 차질
삼성그룹은 법원의 발표후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으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증거 인멸이나 해외 도주 등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으로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을 통해 혐의 없음을 증명 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법리로만 따지면 충분히 불구속 수사로 결정될 수 있었을 것인데, 법리이외의 논리, 즉 여론의 압력을 법원이 외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에 대한 반감이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 부회장은 수의를 입고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추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삼성측은 이 상황에 대해 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속수감이 된다고 해서 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이 부회장이 수의를 입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여론은 그를 사실상의 죄인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삼성에 대한 국내의 비판 여론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다. 자국 정부를 통해 해외부패방지법(FCPA), 통상 압박 등으로 이번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면, 삼성의 해외사업은 상당히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죄’ 혐의는 해외 각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불법 행위다.

당장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Harman)이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시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삼성전자와 합병안을 의결한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9조원을 투자한다. 일부 주주가 합병 반대 소송을 제기한 와중에 M&A를 주도한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선택을 해야 하는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삼성의 글로벌 경영을 책임지며 관련 사업을 조율하고 문제점을 풀어내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구속수감으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대외 신인도에 큰 흠집이 났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입지는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 삼성의 해외 경영도 차질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했다.

◆그룹 경영 ‘삼각편대’ 붕괴, 위기 심각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당연 삼성그룹 경영공백이다.

삼성그룹은 오너십과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인 체제의 삼각편대로 움직여왔다.

이 가운데 오너십을 발휘하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으며, 특검 수사가 마무리 되는 데로 미전실은 해체키로 했다. 미전실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해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초 삼성그룹은 해체를 재확인했다.

여기에 그룹 경영의 2인, 3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나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있으며, 특검은 필요에 따라 이들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라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한꺼번에 활동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삼성은 ‘박근혜-최순실 사태’가 본격화 된 지난해 11월부터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못하고 있다.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 투자, 채용 등 모든 것들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증시에 상장된 계열사들은 정기주주총회 일정도 미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미뤄지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향후 비상경영체제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안이 없다”면서 “현상 유지와 관리 외에는 더 이상 할 수가 없는 상태다”고 호소했다.

당장, 삼성그룹은 현재 운영중인 사장단 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미전실을 대체할 과도기 성격의 테스크포스(TF)를 운용하는 방안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의사결정체제로는 그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 온 차세대 사업과 관련한 인수합병(M&A)이나 사업재편 작업은 당분간 중단되어 글로벌 경쟁에서 그만큼 삼성이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직 이렇게 나갈 것이라고 확정짓지 못했지만 위기론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을 조속히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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