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금리가 오르면 주가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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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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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28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돈의 값어치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라며 "금과 같은 안전자산도 버티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그로쓰힐자산운용]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증권 시장에는 ‘주식은 어닝(awning)의 함수’라는 격언이 있다. 주식 시장이 심리에 따라 움직이다가도 결국엔 실물 경제의 영향을 받고, 실적에 의해 좌우 된다는 것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 대표는 최근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주목해야 한다며 “물론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큰 패러다임 변화를 예상해 앞으로의 계획을 잘 세워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말과 내년 초는 큰 축이 변하는 변곡점”이라면서 “축이 변하면 추세가 2년은 간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하는 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 후보 당선에 따른 금리와 물가 변화다. 그는 금리와 물가가 세계 경제 추세를 결정짓고 결국 우리 증시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김 대표는 처음 운용을 시작할 때부터 고객과 내부 직원들에게 30년치 물가와 금리 그리고 주가가 그려진 그래프를 놓고 경제 상황을 설명하곤 했다. 실제로 물가·금리와 주가의 곡선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해왔다.

“최근에는 돈의 값어치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금과 같은 안전 자산도 버티기 힘들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이미 세계 경제는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이 시대를 대표하는 말처럼 들렸지만 어느새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전문가들의 입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실물자산들과 주식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그는 “트럼프는 1조 달러를 뿌려서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했다”면서 “그러면 자연스럽게 재료가 필요해진다”고 밝혔다. 이미 철광석·석탄과 같은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또 다른 공약은 보호무역주의다. 수입품 관세를 최대 45%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45%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목표라는게 대부분의 예상이지만 전문가들은 15%까지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으로부터 소비재와 중간재를 모두 가져다 쓰는 만큼 미국의 물가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최근 3년 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농산물 가격도 트럼프의 ‘이민자 배제 정책’의 여파로 일손이 부족해지면 자연스럽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의 공약들은 대부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들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2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역사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시점에서 주가는 꾸준히 같이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12월이 다가오면서 미국 증시는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어느새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때의 약 두 배까지 치솟았다. 브라질 등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한국을 제외하고는 주가가 모두 올랐다. 정부가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와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였던 우리 증시는 아직도 박스권을 헤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반반씩 받는데, 결국 지난해 중국 증시와 경제가 부진했기 때문에 국내 주가도 상승세가 꺾였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미국 골드만삭스는 중국 원화 절하 가능성을 언급하며 브라질과 인도 통화를 보유하고 원화와 싱가폴 달러 등의 통화를 팔라는 전략을 내놨다. 우리 통화·증시와 중국 경제가 연동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금리와 주가가 함께 움직인다는 이론에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몇 년간은 주식하기 좋은 장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처럼 나쁠 때 적극적으로 사는 게 맞다”고 밝혔다.

현재는 우리 증시가 다소 부진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지수 하단을 받칠 만한 힘을 길러왔다. 그는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에 해당하는 1970선의 지지가 강하다”며 “기업들의 순이익이 쌓여있어 지수는 절대 망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올해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사태로 순이익 가운데 3조원을 날렸다. 기회손실을 생각하면 7조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내년 증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충분히 만회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 국내 전체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배당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세계의 큰 흐름을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면 사야 할 업종과 팔아야 하는 업종도 갈린다.

먼저 원자재 가격에 수혜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종목들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

김 대표는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을 때 수혜를 봤던 한국전력의 주가가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빠지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싸다고 사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더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스공사와 포스코대우 등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혜를 입는 종목들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가 두 번째로 주목한 것은 금리다. 지난 2년의 저금리 시대에 주목 받았던 리츠·배당주들의 전성기도 지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리츠 같은 경우 최대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며 “기존 저금리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2% 이율로 큰 돈을 빌려서 5% 가까이 수익률을 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 폭이 좁아져 투자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해외 오피스형 부동산펀드도 조심해야한다. 후순위로 책정된 경우에는 리스크도 크다. 오히려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인한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수출주에 파란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시가 오른다면 분명 떨어지는 시점도 있게 마련이다. 사이클이 크게 한번 움직이고, 2년이 지난 2018년쯤에는 주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김 대표는 “주가가 오르다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 물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금리인상, 유동성 축소, 가처분 소득 하락 등이 연속적으로 찾아오면 주식시장이 망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는 신호는 물가가 전년 대비 3~4% 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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