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당 이활의 생애-104]특계자금 노리는 눈길, 목당이 나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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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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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신문-한국무역협회 공동기획 (104)

  • 제6장 재계활동 - (99) 관권우보(官權于步)

목당 이활 한국무역협회 명예회장[일러스트=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69년 특계기금(特計基金) 가운데서 1억300만원의 정부기관(政府機關) 지원기금이 지출되었다.

어느 날 상공부에서 협회에 5억원을 지원하라는 요청이 날아들었다. 집권당의 실력자가 해외공관(海外公館) 지원자금으로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모(某) 대사(大使)가 홍보 활동 자금의 궁색을 집권당 실력자에게 호소했던 모양이며, 그 실력자는 다시 상공부 장관에게 자금 조달을 지시했던 것이다.

목당(牧堂) 이활(李活)은 실무자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고 펄쩍 뛰었다.

“그 돈이 어떤 돈이라고! 수출 진흥 사업 이외에는 한 푼도 다칠 수 없어요. 거절해요.”

담당 직원은 목당의 성미를 알고 있었다. 한 번 결정한 일을 뒤엎는 일이 없는 목당이 단호하게 거부한 이상 더 이야기한다는 것은 공연히 회장의 성미를 건드려 화를 자초할 뿐이었다. 그러나 모 청장은 5억원을 냈다는 것이니 무역협회가 거부하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상공부 장관은 당장 받아 가지고 오라는 불호령이어서 차관보(次官補)가 협회 별실에서 대기중이었다. 실무 책임자들이 구수회의를 벌였지만 문제는 회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결국 선찬후결(先贊後決)로 1억원이 수교되었다. 홍보자금(弘報資金)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이 문제는 임원회(任員會)의 추후 승인이 있었는데 임원회에서도 말썽이 일어났으나 납득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목당은 협회에 몸담으면서 정부와 민간 경제단체인 무역협회와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여 생각하였다. 무역협회는 무역업(貿易業)을 하는 동업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이익집단(利益集團)으로 정부의 예속기관이 아니다. 협회는 국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회장은 위신을 잃어서는 안된다. 경제적 이익집단과 정책 결정 기관의 교섭은 단체(團體) 대표와 정책 당사자 사이에서 행하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각료(閣僚)와 경제계(經濟界)를 밀착시킬 때 부정부패가 따르게 된다는 생각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경제단체가 이해(利害)를 같이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상호 결탁은 물의를 빚는다.

다행히 무역협회는 그동안 국가정책이 수출 제1주의를 표방하고 추진함으로써 큰 마찰이나 물의를 빚을 소지는 없었다. 그러나 독선적인 집권세력(執權勢力)의 횡포를 벗어나 안정할 길이 없는 불안을 안고 있었고, 이것을 늘 경계해야 되었다.

목당은 한국무역협회 회장의 역할인 대외적인 위신, 실무진(實務陣)의 통솔에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처신해 왔으며,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왔던 것이다.

목당은 1973년 6대를 연임하고 나이 75세에 이르러 그 자리를 박충훈(朴忠勳)에게 넘기고 명예회장이 되어 뒷전으로 물러났으나 산학협동재단(産學協同財團) 이사장직을 맡아 협회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목당이 회장직에서 물러서던 1973년 특계자금(特計資金)은 14억원에 이르렀으며 그 가운데서 10억원을 기금으로 하여 산학협동재단이 출발되었고 목당이 초대 이사장이 되었던 것이다.

특계자금으로 이룩한 사업 가운데 13억여 원을 지원하여 이룩한 한국무역회관의 건립은 한국 무역 성공의 기념탑과 같은 역사(力事)였다.

무역회관은 1970년 3월 19일 기공식을 갖고 1973년 초 준공을 보아 3월 18일, 협회가 입주한 뒤 제27회 정기총회를 4월 20일에 열어 목당의 명예로운 후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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