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올레’ 지질이들과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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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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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올레' 박희순, 신하균, 오만석[사진=영화 '올레'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마흔을 앞둔 세 친구 중필(신하균 분)과 수탁(박희순 분), 은동(오만석 분)은 대학 선배 부친의 부고 소식에 제주도로 모인다. 기타 동아리에서 인연을 맺은 세 사람은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지만 20대 청춘으로 돌아간 듯, 어울리기 시작한다.

장례식에 가기 전 시간을 벌게 된 세 사람은 “여자를 꼬시고 싶다”는 수탁의 간절한 바람으로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며 젊은 여성들과 일탈을 꿈꾼다.

생각 없이 즐겁기만 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 세 친구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숨기고 있다. 중필은 잘나가는 대기업 과장이었지만 싱글이라는 이유로 희망퇴직 대상자로 전락했고, 수탁은 13년간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말아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다. 방송국 아나운서에 예쁜 아내, 사랑스러운 아들을 가진 은동 역시 간암 판정을 받은 상태. 세 친구는 저마다의 아픈 구석을 숨긴 채 제주도에서의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제작 ㈜어바웃필름· 제공 ㈜대명문화공장·배급 ㈜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는 제주도에서 일어난 4박 5일간의 에피소드를 엮은 작품이다. 제주도의 풍광, 명소가 빼곡하게 담겨 마치 제주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허나 이는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제주도 곳곳들 돌아다니는 세 친구들은 처음의 목적을 잊고 제주도 관광을 하기에 급급해 보이며 러브랜드나 도깨비 도로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거나 감탄하는 모습은 마치 지역 홍보 영상처럼 비치기도 한다.

또 개성 강한 세 캐릭터 역시 아슬아슬하다. 극의 가장 큰 재료이자 에너지원인 중필, 수탁, 은동은 인상 깊은 케미스트리와 재미를 주지만 이따금 불편한 발언들과 행동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제는 이 불편함이 대수롭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영화의 정서에 스며들어있다는 점이다. 가벼운 이야기고 남자들의 우정과 해프닝을 다룬 영화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여성만 보면 “섹스를 꼭 해야겠다”고 주장하는 수탁이나 좋아하는 여성에게 모진 말을 던지는 수탁, 아들이 보고 싶다고 노래하지만 정작 여성들과 만날 때면 이마저도 잊는 은동이 아무렇지 않게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씁쓸하다.

영화의 초반부는 꽤나 짜임새 있는 구성들과 전개로 흥미를 돋운다. 특히 이야기들의 사이사이 디테일이나 코미디 요소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끌어낸다. 재치 있는 대사들이나 생각지 못한 캐릭터들의 성격 또한 영화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중반부부터 색깔을 잃고 영화가 보여준 매력마저도 갈피를 잃는다. 디테일들로만 채워진 영화는 큰 서사를 끌어가지 못한다.

아쉬운 점을 제쳐놓고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들을 찾는다면 역시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이미지 변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지적인 이미지를 밀어두고 진짜 아재로 변신한 박희순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의 지질하고도 엽기적인 모습은 이제까지의 이미지를 타파함은 물론 새로운 발견처럼 보일 정도다.

신하균과 오만석의 연기 또한 마찬가지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지만 정작 여자들 앞에서는 지질함이 폭발하는 신하균이나 다정다감한 오만석의 연기 또한 돋보인다. 지질하고 엽기적인 세 캐릭터는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이라는 배우를 만나 이따금 귀엽기도 한 아저씨로 변신했다. 세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워낙 연기 잘하는 세 배우가 더할 나위 없이 연기 합을 맞춰보았으니 연기에 대해 일일이 열거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실제 친구 사이라도 해도 무방한 세 사람의 차진 호흡은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 8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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