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톺아보기] 정세균 국회의장 한마디에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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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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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미화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전환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여 환영의 뜻을 밝힌 뒤 손을 모으며 기뻐하고 있다. 2016.6.16 [연합뉴스]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말 한마디에 국회 청소노동자 207명이 활짝 웃었습니다.

정 의장이 지난 16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깜짝 발표'하자 노동자들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 3년마다 재계약을 합니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는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었는데, 의장의 한 마디는 207명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겁니다. 

17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을 찾아 김종인 대표에게 꽃바구니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날 정 의장의 '선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출신 박희태 국회의장이 용역 업체와 계약이 끝나는 2014년부터 직접 고용을 약속했지만, 무산됐습니다. 국회가 직접 고용하게 되면 용역 예산이 아닌 국회 예산을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운영위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반대해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당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운영위에서 "직영으로 하게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되고 툭하면 파업에 들어갈 텐데 어떻게 관리하겠느냐"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노동 3권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힘들게 싸워왔습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이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박 의장 시절 약속한 직접 고용을 지키라고 요구해왔고, 을지로위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었다. 정 의장이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의장 취임 후 을지로위 의원들은 의장에게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이야기를 꺼냈고 정 의장은 흔쾌히 "그거 해야 하는 일이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정 의장의 발표 이후 우 위원장을 비롯해 박홍근·유동수·홍익표 의원 등 을지로위 의원들이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환영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차별과 싸워온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더민주 을지로위 의원들의 노력, 그리고 자신이 얻은 권력을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쓴 정 의장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엔 새누리당이 반대하지 않을까요?

일단 정 의장이 새누리당이 반대해도 이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국회 사무처의 수장인 사무총장을 의장이 임명하니 함께 해결책을 마련해 볼 것입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장이 기자회견까지 하셨으니 저희는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총장이 오면 보고도 해야 하고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좀 기다려달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숙 국회 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은 "(직접 고용을 약속했던 박 의장 시절) 사무총장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여서 저희의 얘기를 너무 잘 알고 계시다"며 새누리당이 이번엔 협조해줄 거란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직접 고용이 되면 '무기계약직'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현재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시급 6160원으로 법정 최저임금(6030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새벽 4시부터 하루 10시간 일하고 받는 임금은 한 달 120여만원이라고 합니다. 60세 이상이 50%라 정년 문제, 낮은 임금 등 남은 문제가 많지만 직접 고용이 되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고 합니다. 

의장 한 마디에 5년 넘게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입니다. 이 말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간접 고용 노동자 문제의 실마리도 기관장, 지자체장이 쥐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취약합니다. 우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민간 부문에서도 직접 고용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을지로위 활동을 나가면) '국회서도 못하면서 왜 우리보고 직접 고용을 하라고 하냐'이런 말을 들었었는데 이제 우리도 할 말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숨은 조력자가 더 있습니다. 을지로위원인 유동수 의원은 "더민주가 국회 제1당이 되면서 14년 만에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선출된 지 일주일 만에 개선된 일입니다. 정치를 변화시켜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회의원이 만든 법으로 직접 고용을 의무화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사회적 공감대와 여론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이날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의장실에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정 의장은 받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이 문제가 다 해결되면 그때 받겠다고요. 을지로위원들이 기자회견 후 청소노동자들과 "너무 잘됐다", "파티 한 번 하자"는 대화를 주고 받으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올 연말에 현재 용역 업체와 국회사무처 간 계약이 끝난다고 하니 그때쯤이면 의장실에 노동자들이 선물한 꽃도 놓이고 파티도 한 번 더 열릴 수 있겠지요. 

을지로위는 국회 환경미화원 외 다른 용역 업체 노동자의 직접 고용 문제도 추진하고, 국회 밖 주차관리요원·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등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약자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을지로위의 다짐대로 이번 일을 신호탄으로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는 정치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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